(월평)시의 예술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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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예술성에 관하여
法門 박태원 (문학평론가)
예술이란 문학.음악.미술을 포괄하면서 식정(識情)의 심미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자성(自性)의 창조 활동이다. 역으로 말하면 예술 활동이란 식정(識情)을 심미적으로 관조하여 자성(自性)를 깨닫고 표현하는 작업이다.
詩는 언어로 표현하되 음악적인 리듬과 회화적인 이미지를 심도있게 형상화 한다. 詩語는 일상어와 다르지 않으나 용법에 있어서 지시적이고 개념적인 관습적 사용을 거부하고, 정서적이며 함축성을 내포하는 자연적인 언어이다. 즉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감각적 언어이며 진실한 감정의 언어이다.
詩는 유기적인 구조이며 자율적인 총체이기에 詩語는 전체적인 구조와 문맥 속에 놓일 때 의미가 형성된다. 시어는 이미지.상징.은유.리듬.아이러니 등 언어의 국면들과 관련하여 신중히 선택되고 긴밀하게 조직되어 정서적 상상적 반응을 일으키고, 심미적인 공감과 심도깊은 감동을 환기시킨다.
김사빈 시인의 시 “아버지의 흰머리”를 감상해 보자
이 시의 공간과 시간적 배경은 겨울 바람이 부는 달밤의 강변, 안개비가 내리는 무성한 갈대숲이다. 이곳에서 어떤 시상이 떠 올랐던가?
“갈대꽃이/ 달빛에 젖어/ 하얀 슬픔을 흔들고 있다// 아버지의 흰머리가 거기 있다/어머니의 모시 치마가/ 스르륵 스르륵 끌리고 있다.//거기 갈대 꽃잎에/ 동쪽을 향해 앉은 세월이 있었다.//죽음 저편 생명은 잉태되어 안개비를 안고 있었다./”
시인은 갈대숲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묘사하되,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 하고 있다. 갈대꽃,달빛,안개비는 모두 하얀색으로 죽음을 상징한다. 바람을 맞아 동쪽으로 기울어진 갈대를 보고 모진 세월을 기억해 낸다. 그러나 몽실몽실 움직이는 안개비는 삶의 약동을 느끼게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명제가 마음을 흔든다. 죽음 속에서 생명을 느꼈으니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
“여기 이 자리에 누군가 앉아/ 봄을 기다리다가 떠난다 하여도// 달빛은 여전히 하얀 슬픔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갈대꽃 하얀 미소는/ 다시 오마고 약속인 것이다// “
달빛과 갈대꽃은 삶과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아름답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 떠난다는 것은 다시 오겠다는 약속이라는 심도있는 예술미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아버지의 흰 머리/ 어머니의 모시 치마가 보이지 않아도/ 하얀 갈대꽃이 흔들리면/ 각인된 붉은 사랑은 피어나고/ 저려오는 아픔이 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것을 깨달아도 삶과 죽음에 웃고 우는 것이 인생이다. 다만 집착하지 않을 뿐이다.
전소영 시인의 시 “말라위의 분리된 영혼”을 감상해 보자.
말라위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이다. 국민소득이 158불 밖에 안된다. 인구가 1190만명이며, 1964년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서 독립하였다. 1994년 장기독재집권을 청산하고 민주국가를 이룩하였다. 현재 대통령은 무타리카 이다.
신문에서 말라위의 세살박이 어린애가 말린 생쥐와 메뚜기로 속을 넣어 만든 만두를 먹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를 쓴 시다.
“..여며진 위장에 폭포수를 내릴 때/ 황당은 할 테지만 말라위의 만두속은 삶아 말린 생쥐와 메뚜기//…/세발낚지 돌돌 말아 볼 안에서 사망시키거나/견공들의 희열과 행복은 매질과 교수형에/있다는 우리네 인간들의 혐오와는 분리되어야 할 영혼/”
작가는 평소에 세발낚지를 통째로 씹어 먹거나, 잔인하게 처형한 개고기를 맛있게 먹는 인간들을 혐오하였다. 그런데 생쥐와 메뚜기를 먹어야 하는 말라위의 가난한 영혼은 처절한 실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세 살 박이 아기 영혼들의 심장 안에 녹아들지 못한/ 처절한 삶의 언저리에 그저 허기짐의 대책으로/ 기다림의 실체보다 최악의 선택으로 남은 메뚜기와 생쥐”
귀여움 받고 자라야 할 어린애의 순수한 동심은 처절한 삶의 현실에 의해서 지워지고 말았다. 아기를 키워 본 어머니의 심정이 오죽 아팠을까 생각해 본다. 문명국의 힘에 정복당한 아프리카의 꿈은 어디에서 찾을까? 욕망과 세력이 난무하는 무한 경쟁의 문명세계에 꿈이 있는가. 스스로 반문해 본다.
2007.07.24
法門 박태원 (문학평론가)
예술이란 문학.음악.미술을 포괄하면서 식정(識情)의 심미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자성(自性)의 창조 활동이다. 역으로 말하면 예술 활동이란 식정(識情)을 심미적으로 관조하여 자성(自性)를 깨닫고 표현하는 작업이다.
詩는 언어로 표현하되 음악적인 리듬과 회화적인 이미지를 심도있게 형상화 한다. 詩語는 일상어와 다르지 않으나 용법에 있어서 지시적이고 개념적인 관습적 사용을 거부하고, 정서적이며 함축성을 내포하는 자연적인 언어이다. 즉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감각적 언어이며 진실한 감정의 언어이다.
詩는 유기적인 구조이며 자율적인 총체이기에 詩語는 전체적인 구조와 문맥 속에 놓일 때 의미가 형성된다. 시어는 이미지.상징.은유.리듬.아이러니 등 언어의 국면들과 관련하여 신중히 선택되고 긴밀하게 조직되어 정서적 상상적 반응을 일으키고, 심미적인 공감과 심도깊은 감동을 환기시킨다.
김사빈 시인의 시 “아버지의 흰머리”를 감상해 보자
이 시의 공간과 시간적 배경은 겨울 바람이 부는 달밤의 강변, 안개비가 내리는 무성한 갈대숲이다. 이곳에서 어떤 시상이 떠 올랐던가?
“갈대꽃이/ 달빛에 젖어/ 하얀 슬픔을 흔들고 있다// 아버지의 흰머리가 거기 있다/어머니의 모시 치마가/ 스르륵 스르륵 끌리고 있다.//거기 갈대 꽃잎에/ 동쪽을 향해 앉은 세월이 있었다.//죽음 저편 생명은 잉태되어 안개비를 안고 있었다./”
시인은 갈대숲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묘사하되,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 하고 있다. 갈대꽃,달빛,안개비는 모두 하얀색으로 죽음을 상징한다. 바람을 맞아 동쪽으로 기울어진 갈대를 보고 모진 세월을 기억해 낸다. 그러나 몽실몽실 움직이는 안개비는 삶의 약동을 느끼게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명제가 마음을 흔든다. 죽음 속에서 생명을 느꼈으니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
“여기 이 자리에 누군가 앉아/ 봄을 기다리다가 떠난다 하여도// 달빛은 여전히 하얀 슬픔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갈대꽃 하얀 미소는/ 다시 오마고 약속인 것이다// “
달빛과 갈대꽃은 삶과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아름답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 떠난다는 것은 다시 오겠다는 약속이라는 심도있는 예술미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아버지의 흰 머리/ 어머니의 모시 치마가 보이지 않아도/ 하얀 갈대꽃이 흔들리면/ 각인된 붉은 사랑은 피어나고/ 저려오는 아픔이 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것을 깨달아도 삶과 죽음에 웃고 우는 것이 인생이다. 다만 집착하지 않을 뿐이다.
전소영 시인의 시 “말라위의 분리된 영혼”을 감상해 보자.
말라위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이다. 국민소득이 158불 밖에 안된다. 인구가 1190만명이며, 1964년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서 독립하였다. 1994년 장기독재집권을 청산하고 민주국가를 이룩하였다. 현재 대통령은 무타리카 이다.
신문에서 말라위의 세살박이 어린애가 말린 생쥐와 메뚜기로 속을 넣어 만든 만두를 먹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를 쓴 시다.
“..여며진 위장에 폭포수를 내릴 때/ 황당은 할 테지만 말라위의 만두속은 삶아 말린 생쥐와 메뚜기//…/세발낚지 돌돌 말아 볼 안에서 사망시키거나/견공들의 희열과 행복은 매질과 교수형에/있다는 우리네 인간들의 혐오와는 분리되어야 할 영혼/”
작가는 평소에 세발낚지를 통째로 씹어 먹거나, 잔인하게 처형한 개고기를 맛있게 먹는 인간들을 혐오하였다. 그런데 생쥐와 메뚜기를 먹어야 하는 말라위의 가난한 영혼은 처절한 실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세 살 박이 아기 영혼들의 심장 안에 녹아들지 못한/ 처절한 삶의 언저리에 그저 허기짐의 대책으로/ 기다림의 실체보다 최악의 선택으로 남은 메뚜기와 생쥐”
귀여움 받고 자라야 할 어린애의 순수한 동심은 처절한 삶의 현실에 의해서 지워지고 말았다. 아기를 키워 본 어머니의 심정이 오죽 아팠을까 생각해 본다. 문명국의 힘에 정복당한 아프리카의 꿈은 어디에서 찾을까? 욕망과 세력이 난무하는 무한 경쟁의 문명세계에 꿈이 있는가. 스스로 반문해 본다.
200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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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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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 잘보았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함은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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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예술성에 관해서>
가만히 음미해 봅니다
죽음저편에서 잉태되는 삶,
살기위한 본능으로 먹는 식사,
평론가님의 글을 보며
오늘 하루가 편히 주어짐을 신에게 감사 드립니다
법문 박태원님의 댓글
법문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금동건 시인님, 함은숙 시인님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신지요.
오늘도 즐거운 날 되십시오.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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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시인님!!
늘, 좋은 글로 일깨워 주시니 고맙습니다.
"이파리들의 침묵" 시평에 큰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변변한 인사도 못드렸지만.
더위속에 건안 하시기를......
황선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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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