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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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敬興
1
밤하늘을 찢는 기적소리와
시간을 다그치는 거대한 물체를 본다
가만히 서있는 인간과
흔들리다 설 잠자던 단풍나무까지
철거덕철거덕, 지구의 표피를 담금질하듯
가을을 흔들고, 겨울을 흔들며
마냥 뒤흔드는 영혼
우리가 고뇌하며,
잠에 취해 심신을 닦고 있을 때
밤새워 시간을 초월하는 너를
눈언저리 붉게 바라본다.
언젠가 정지될 시점에서도
늘 출발하는 영혼이다
2
노숙자의 두 눈이 저려오는 저 하늘에
까슬까슬한 첫눈이 내리는 플랫폼
한정된 자유의 깃발로
평행선 주변엔 분노의 흰눈은 쌓여가고
주린 배 움켜쥐고 쓰러진
노숙자의 손끝을 애무하는 안타까운 첫눈
지난 추억을 더듬는 새우잠은 화려하지만
현실 틈은 차갑게 실신해야할 지경
달리는 열차 뒤로 비켜가는 대각선 흰점들
쓰라린 바람들과 회오리치며
노숙자의 발걸음은 온돌방을 향하고
3
플랫폼에 흰눈은 얼다가 녹으며
빛바랜 자갈을 포옹하고 있다
진동에 뒤집힌 돌은
언제나 새로운 삶을 노래하고
오래도록 박힌 돌은
검게 빛을 머금기만 한다.
빛나라 뒤집혀라 꼴 맞게
외눈박이라도 좋다
세상은 빛이 눈부시길 원한다
너와 내가 빛날 때 지상은 훤하다
잠시 정차하는 플랫폼에
주어진 배려는 늘 5분 지연되는 머무름뿐
문 닫힌 출구는 내일을 기약하는 고리점
철거덕거리는 마찰과 흰눈을 쓸며
휘황찬란한 도심을 가르는
거대한 방랑자 곁에는
노숙자가 늘 서성거린다.
추천5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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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일전에 비해서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그만큼 깊이가 깊어진 듯 합니다. 건안하신듯 해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