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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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불꽃 끓는 용광로를 끌어안고 끊는 쇳물을 들이키는 산동네 슬레이트 지붕이 지금 까맣게 타고 있다.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더위에 요란스럽게 돌아가는 이 빠진 선풍기도 축 늘어진 목덜미를 덜덜 되며 짜증을 부리고, 갑자기 찌푸린 하늘 밑 머리채를 푼 먹구름이 허름한 축대 너머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금슬금 기어와 으르렁거린다.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사바나에 굶주린 하이에나다. 긴장된 목덜미로 뜨겁게 흐르는 끈적끈적한 땀방울이 등줄기를 뒹굴면 흐트러진 숨소리는 혀끝에서 헐떡이고 오금 저린 현기증으로 눈을 감는다. 으르렁 되던 하이에나가 객기를 부리듯 날카로운 누런 이빨을 치켜세운다. 관절이 삐걱대는 대문은 뼈마디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소리에 오돌오돌 떨고 있을 뿐 아무런 저항할 태세도 갖추지 못한 채 절뚝거리고 있다. 검은 독수리 떼의 날카로운 발톱 같은 폭우가 슬레이트지붕 어깻죽지에 톱날처럼 박히고 심한 비명에 천장은 놀란 아이처럼 순식간에 쥐 오줌을 지리고 만다.
어둠을 밟으며,
쏜살같이 들이치는 폭우 속 물줄기는
미친 듯 망나니 칼춤으로 흐른다.
골목길은 계곡으로 변했고
서로 떠밀 듯이 급한 걸음으로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버릴 것처럼
위태롭던 담벼락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경련을 일으키며
물살은 솟구쳐 되 말리다
또 다른 미지의 땅을 점령하려
빠져나갈 물꼬를 튼다.
곤두박질치는 놀란 돌부리들은
노아의 방주[Noah's ark]를 타지 못한 채
산동네에서 어디론가 실종,
혹은 추방되고 말았다.
폭우로 쫓기는 강물이
썩은 물 더미와 함께
하염없이 구토 질을 하고 있다.
공장폐수, 축사의 오물, 공업사 기름,
온갖 폐수를 게워내고 있다.
인간들은
더러워진 오장육부를 헹구던
버려진 양심으로
오늘 또 한 번 죄(罪)짓기에 안간힘을 쓴다.
밤새도록 퍼붓던 장맛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멎었다. 시뻘건 강가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죄지은 사람이 버린 썩은 양심 속을 허둥대던 물고기 떼는 물 가장자리로 몸을 드러내놓고 생(生)을 퍼덕인다. 저항 없이 던져지는 그물로 마지막 물소리를 들으며 힘겨워할 때 맑아진 하늘은 강물에 흔들리고 있다. 한밤 폭우로 오줌지린 천장은 내려앉을 듯이 기울고, 눅눅한 벽 사이로 기어 나온 역겨운 곰팡이란 놈이 몸속으로 번진다. 사태(沙汰)진 골목길 살결은 깊은 고랑으로 파이고 하루 사이에 솟구친 돌부리가, 혼이 난 삐걱 이는 대문을 햇살 가득히 쳐다보고 있다. 느릿느릿 걸음을 떼는 구름 한 점은 산동네 슬레이트지붕 곰팡내를 아파하지 않았다.
불꽃 끓는 용광로를 끌어안고 끊는 쇳물을 들이키는 산동네 슬레이트 지붕이 지금 까맣게 타고 있다.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더위에 요란스럽게 돌아가는 이 빠진 선풍기도 축 늘어진 목덜미를 덜덜 되며 짜증을 부리고, 갑자기 찌푸린 하늘 밑 머리채를 푼 먹구름이 허름한 축대 너머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금슬금 기어와 으르렁거린다.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사바나에 굶주린 하이에나다. 긴장된 목덜미로 뜨겁게 흐르는 끈적끈적한 땀방울이 등줄기를 뒹굴면 흐트러진 숨소리는 혀끝에서 헐떡이고 오금 저린 현기증으로 눈을 감는다. 으르렁 되던 하이에나가 객기를 부리듯 날카로운 누런 이빨을 치켜세운다. 관절이 삐걱대는 대문은 뼈마디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소리에 오돌오돌 떨고 있을 뿐 아무런 저항할 태세도 갖추지 못한 채 절뚝거리고 있다. 검은 독수리 떼의 날카로운 발톱 같은 폭우가 슬레이트지붕 어깻죽지에 톱날처럼 박히고 심한 비명에 천장은 놀란 아이처럼 순식간에 쥐 오줌을 지리고 만다.
어둠을 밟으며,
쏜살같이 들이치는 폭우 속 물줄기는
미친 듯 망나니 칼춤으로 흐른다.
골목길은 계곡으로 변했고
서로 떠밀 듯이 급한 걸음으로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버릴 것처럼
위태롭던 담벼락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경련을 일으키며
물살은 솟구쳐 되 말리다
또 다른 미지의 땅을 점령하려
빠져나갈 물꼬를 튼다.
곤두박질치는 놀란 돌부리들은
노아의 방주[Noah's ark]를 타지 못한 채
산동네에서 어디론가 실종,
혹은 추방되고 말았다.
폭우로 쫓기는 강물이
썩은 물 더미와 함께
하염없이 구토 질을 하고 있다.
공장폐수, 축사의 오물, 공업사 기름,
온갖 폐수를 게워내고 있다.
인간들은
더러워진 오장육부를 헹구던
버려진 양심으로
오늘 또 한 번 죄(罪)짓기에 안간힘을 쓴다.
밤새도록 퍼붓던 장맛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멎었다. 시뻘건 강가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죄지은 사람이 버린 썩은 양심 속을 허둥대던 물고기 떼는 물 가장자리로 몸을 드러내놓고 생(生)을 퍼덕인다. 저항 없이 던져지는 그물로 마지막 물소리를 들으며 힘겨워할 때 맑아진 하늘은 강물에 흔들리고 있다. 한밤 폭우로 오줌지린 천장은 내려앉을 듯이 기울고, 눅눅한 벽 사이로 기어 나온 역겨운 곰팡이란 놈이 몸속으로 번진다. 사태(沙汰)진 골목길 살결은 깊은 고랑으로 파이고 하루 사이에 솟구친 돌부리가, 혼이 난 삐걱 이는 대문을 햇살 가득히 쳐다보고 있다. 느릿느릿 걸음을 떼는 구름 한 점은 산동네 슬레이트지붕 곰팡내를 아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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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해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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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대한 표현들이 멋집니다.
빈여백에서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건필하세요!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http://sisamundan.co.kr/gnuboard/img/no_profile.gif)
장맛비를 통한 삶의 숨은 의미를 보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