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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箱의 날개를 꺾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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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2,136회 작성일 2007-09-12 16:52

본문

어머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림 제목 화가 김환기 새 아버지와 재혼하신 날
나는 성병에 걸렸다. 걸리고 말았다.
아버지 걸린 성병에 걸리고 말았다.
아버지 이상 성병에 걸려 이슬이 떨어지고 있다.
마당가 수도꼭지 입힌 고무호수 어디에
구멍 뚫렸는지 세차게 가는 물줄기 쏟아낸다.
고무호수 보이지 않는 구멍 손가락으로 막고
일곱 구멍 혁대 풀고 들 쳐 보는
속 얇은 삼분의 일 반바지에 묻어난
고름 숫자 세어본다.
일곱 고름 무덤에 피어난 물총 끝 꽃잎
주말에 꽃밭에 물준 흔적 햇빛에 말라 사라진
템포 바늘 없는 주사기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문 못 다한 한 숨
작은 창문 검은 줄 걸려있는 스위치 누르지 않아도 돌아가는
여섯 조각 가슴 날개 환풍기에 휘말려
넓은 창문 향해 갈치 비린 바람 내몰고 있다.
이 닦으러 아버지 나뭇잎 냄새 지우려 일회용 종이 컵
세워진 하얀 타일 집 구멍 뚫은 보일러실에 들어간다.
깨끗한 입속으로 잘 익은 홍시 굴러 들어온다.

doxycycline 울고 있다.
cefoxitin 웃고 있다.
metronidazole 미소 짓고 있다.
clindamycin 찡그리고 있다.
석위(石葦) 찬 바위에서 떨어져 요도 구에 점착된다.

눅눅한 이불에 바늘이 따갑게 찌르고 달아난
입속에 잠복한 홍시 씨 뱉어내
고인 이슬에 씻는다.
거북한 삼분의 일 반바지 어머니 변동림 여사
이복 언니 나의 이모 변동숙 여사 재혼 반대
김향안 으로 이름 바꾼 이마 넓은
경성여자보통고등학교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 졸업하신
어머니 볼까
물 넘쳐흐르는 세수 대야에 넣는다.
농은 물에 용해되어 보이지 않는다.
냉장고 냉동실 얼음 깨지는 소리에
페니실린 놀라 잠 깨 일어나
얼굴 예쁜 여자
아버지 친구 곱사등이 구본웅 아저씨 외손녀
발레리나 강수진 못생긴 발가락 찾아
부끄럽지도 않은 얼굴로 잠복한다.
놀란 가슴 여학생 압축 뚜껑 물통
속 보이는 입구에 떨어져 흘러나온 흔적
템포루바토 속도 전체 연주 시간은 같게
휴지 찾아 물 자국 지우고 있다.
고름은 인간의 갈망 질시한다.
더 너무나 부적절하지도 않은 관계에서도
어디로 스며들지 모르면서 구름은 떠다니고 있다.
아버지 이상 성병에 걸려 이슬이 고이고 있다.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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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성회님의 댓글

김성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글 속에 머물다 갑니다.
언제나 건안과 건필을 바랍니다.
평안 하소서~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마지막 이상시리즈 병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다
박수를 쳐야할지 울어야 할지 하수구의 지렁이신에게라도 묻고싶어라

이필영님의 댓글

no_profile 이필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이상의 날개를 꺽다'  세 편 모두 정말, 진심으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계신 시인님,  나중에 뵙게 되면 또다른 스토리
많이 알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생님의 노래소리가 귓가에 맴도는군여
늘 웃으시며 반져 주시는 모습 뒷편에는 이런 아픔이 서려 있으셨군여
자서시에 신선한 감동을 느끼며 감사히 감상하였습니다.
건강하시기를 바라며...물러 갑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도 잠시 헤매어 봅니다.
난해한 강을 헤엄쳐 봅니다.
늘 신선한 감동 주시는 시인님... 귀한 글 감사드리며
고운 날들 빚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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