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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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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2,060회 작성일 2007-10-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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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암호

bochang_20070803130354_0.jpg

언제 부터인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이 생겨났다. 숲의 세계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면서 감상하는 창조주의 작품 속에 숨겨진 은밀한 암호들을 찾아내고 해독해 내는 일이다. 그것은 나만의 숲속에서 얻는 은밀한 법열이다.

사진은 숲속에 드러난 소나무의 뿌리이다. 의정부 남양주에 소재하는 천보산의 수려함 속에 숨어있는 것을 내가 찾아낸 것이다. 사진 속 이미지에 어떤 암호가 조각되어 있는 것일까.

야성미 넘치는 남자가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있다. 세 개의 힘줄이 불끈거리며 남근을 세우고 있다. 나목은 뿌리 위에 몸통을 세우고 가지를 뻗어 수많은 이파리를 매달고 있음을 안다. 낮에는 햇살로부터 생명을 구하고 밤에는 달빛과 사랑을 나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나목의 뿌리도 침입자의 온갖 횡포로 떨어져나가는 이파리와 핏기 잃은 삭정이로 늘 고달프고, 가슴은 시리고 아프다. 그래도 버터내야만 하는 것이 나목의 뿌리이다. 그리하여 열매를 맺고 또 다른 아름다운 새 생명을 잉태시킨다.

고통과 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아름다움은 없다. 뿌리와 가지의 수고와 희생이 있기에 초목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숲에는 문실문실 자란 늠름하게 생긴 키가 큰 적송도 살지만 바위틈에 자리 잡은 가녀린 잡초도 산다. 덩치 큰 코끼리도 살지만 하루살이도 있다. 사나운 수리도 살지만 연약한 나비도 산다. 천태만상의 생명들이 더불어 어우러져 지내고 있는 것이다. 숲은 산을 찾는 비바람과 구름 그리고 햇살과 달빛까지도…… 모두가 더불어 품고 사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배척하는 법이 없고 차별하는 법이 없다. 숲속의 그것들은 이해가 서로 밀접하여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보전하기 어렵다는 순망치한의 섭리를 깨닫고, 그것이 평화롭게 번창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네 가정의 모습을 숲에서 옮겨 놓은 듯하다. 인간세상도 숲속세상처럼 창조주가 조각한 순망치한의 섭리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뿌리를 소중히 여기고 서로를 아끼며 더불어 살아갈 때 가정과 사회, 그리고 민족의 안녕과 번창을 누릴 수 있을 것임을 인간거개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걸어야 할 하나뿐인 외길인지도 알고 있다. 우린 그런 철리를 알면서도 곧잘 망각하곤 서로를 헐뜯고 파괴하며 실천하지 않는 죄를 저지른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창조주가 하늘을 움직여 천벌을 내리고 있다. 갖가지 괴질이 그러하고, 기상이변들이 그런 것이다.

아이는 산모가 낳는다. 아이를 낳는 것은 여성이지 남성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당연지사를 두고 선철先哲 정철의 '송강가사의 훈민가'에서는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 하늘같은 은덕을 어디다가 갚사오리"라 노래했다.

뿌리 없는 초목이 없듯이 뿌리 없는 우리가 있을 수 없다. 뿌리에 담겨진 이미지는 고결하고 위대하며 성스러운 것이다. 그들의 수고와 희생에 감사하고 소중히 하면서 서로를 아우르는 자세와 마음 그리고 실천들이 충만할 때 이 세상이 아름다운 천국과 진배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친다.

송강은 일찍이 통섭의 혜안으로 숲이 지닌 그러한 암호를 해독하여 천리를 깨닫고 '훈민가'를 통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했던 것이려니 나는 어이해 늘 망각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며 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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