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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배추밭은 기도하고 있었다. 수녀들의 모습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742회 작성일 2010-01-09 17:11

본문

-겨울 배추밭은 기도하고 있었다. 수녀들의 모습으로-

                                시/ 박 기 준

겨울이다
춥고 메마른 대지에
풀이 뿌리째 시들어 가던 배추밭에서
희망을 잃고
땀에 젖은 상처만 보듬다
질긴 미망(迷妄)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연거푸 들이킨 술로 흐느적거리는
견디기 힘든 *갈진(竭盡)의 손바닥,
손 마디마디
절여진 껍질의 상처에
싸-한 눈 바람이 휘돌아 지나간다.

하늘이다
쥣빛포트라이트 사이를 가르며 머리위에 하-이얀 눈발을 날린다.


한 번의 절정을 위해
숱한 날들 흙과 씨름하며
풍금소리 같은 가을 속에서
아낙과 함께 겨울을 꿈꾸어 왔다
마른 대지에 씨앗이 옷 입는 소리를 듣기 위하여
푸르른 잎사귀 작은 나비 한 마리 품어 보기를 소망하며
낯설기만 한 바람 속 겨울을 견디어 내리라 여겼던
배추밭의 향연은 갈증(渴症)으로 덮어지고

하얗게 부풀어 오른 햇살 한 자락만이 기도를 할 때
목젖까지 차오른 아름다운 꿈으로
배추밭에서 기도하리라
봄을 찾아 나서는 수녀들의 모습으로

===
*갈진(竭盡)=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다하여 없어짐.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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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우님의 댓글

김영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평화를 빕니다.
미사보 머리에 쓰고 십자가앞에서 기도하는 엄숙한 시간 !
이 세상에 평화를 위하여 겸손된 사랑의 나눔 이것이 바로 축보이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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