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두에 돌 구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 황선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294회 작성일 2006-03-10 08:39본문
마루/황선춘
원래는 하늘 붙드는 청지기로 태어나고 싶은 다각형 기둥이고 싶었다.
포효하는 붉은 아침을 받들고 쉼 없이 흘러나오는 정을 전하고
조금의 희열을 맛보고 싶은,
하지만 그대와 살꽃이 맞단 곳이 실로 부끄러워 산 아래로 구르고
빛이 찬란한 아침이기만을 위하여 또 시간을 구르다가
빈 잔에 미리 한 잔을 따르고
자꾸만 좁아져가는 세월에게 말 하지 못하며
바뀌는 태양이 어긋나기 시작한 균열에
벽두부터 생을 마감해버린 그대,
구를 때는 바위였지만
구릉에 도착할 때 상처 난 영혼들과 같이
돌돌돌 패여서
그만 둥글둥글 민돌 되어 버렸다.
아내는 햇살에 등져 누운 그대를 생각하고
아이들은 아직 어설픈 검정색 옷에 삼베옷 군데군데 띠를 걸쳤다.
본래 각 져서 구르지 못하는 세상이기에 남겨지기만을 바랄뿐이었던 그대는
아직 돌 에낀 이끼가 마르지 못하였을 터인데도
시간을 거슬러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
우린 매정한 체 하느라고 애를 썼고
그대는
도란도란 이야기만 나눌 수 있도록 미소 지으며 사각 틀에 박혀 있으니
삶이라는 시퍼런 칼날 앞에 돌을 던진들 남아있는 것이 있을까.
어얼쑤
웃으며 어께 춤추며 갈 수 만 있어도 둥글둥글 해지는 것 이지만
벽두에 그렇게 맑았던 세월의 흔적이 겨우 하루인데 변화무쌍도 하다
오십 팔세의 하루가 이다지도 짧더란 말인가
오지게 세월 앞에 붙어보지도 못하고
싫다고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고운 그대가
세월 앞 저 향속으로 사려져 가고 있다.
결국 밤이 찾아와 하늘과 땅이 젖고
오늘 밤에는 구르지 못하고 이대로 서있어야 하는가.
----------------------------------------------
정월초 하루날 이 세상이 싫다고 사각틀안에서 미소만 짓고 있는
지인에게 ..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황선춘님 고은글에 잠시머물다 감니다
우영애님의 댓글
우영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밤에는 구르지 못하고 이대로 서있어야....황선춘 시인님 고우신 글에 머물다 갑니다
저녁 붉은 노을이 찬란하고 아름다워서 잠못드실 날도 있답니다 시인님 글 반갑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황선춘 시인님, 구르는 돌에도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을 줄이야.
대단하시군요. ^^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월과 함께 개울가 거센 물에 돌 구르듯 굴러 가야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세월에 흔적 없이 깎이게 되겠지요.
자연스럽게 굴러가면 됩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승하시고 건필하소서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인님의 회한에 머물다 갑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를 붙잡고 있는 사각의 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둥굴둥굴한 모습의 돌을
가져야 겠다는 마음으로 감상하다 갑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인을 이별 하셨나요?. 벽두에......
구르고 굴러서 둥글게 깍이는건 좋은데
너무 굴러서 민망하게 될까도 두렵습니다.
박힌채로 이끼를 뒤집어 쓰고 무게를 잡으면 혹 길손이 앉아 쉬기도 좋을텐데.
아름다운 시상에 머물다 갑니다. 황선춘 시인님!!.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황선춘 시인님
반갑게 뵙고 갑니다.
늘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