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운산의 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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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동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678회 작성일 2005-10-18 16:18본문
선운산의 餘恨
신 동 일
가을이 익어가는 고창
선운산의 산천은 오색으로 출렁이고
각처에서 모여든 차량들로 열을 갖추어
긴 하품 토해 내는데
색색으로 조화된 객들은 자연과 한몸이어라
주렁주렁 홍시는
행인들에게 미소 던지고
숯불에 익어가는
구수한 밤(栗) 내음이
발목을 잡네.
드넓은 잔디밭 한 구석엔
빛 바랜 선운산가의 비문이 초라하니
덧없는 것이
삶이 아니던가.
구름처럼 바람처럼
왔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데
부귀도 영화도
다 부질없는 것이라 깨우쳐주고
인생도
산처럼 물처럼
순리대로 마음 비우라네
갈 바람에 맥없이 뒹구는 낙엽
올 한 해도 저물어가는가.
초라한 비문에 넋을 잃고
해석하다보니
-백제시대 장사사람이
한양으로 복역나갔다는데
언제 돌아올지 모를
남편을 기다리다가
하냥 기다림에 지쳐
선운산에 올라 한양 쪽 바라보며
목타는 구절 구절 쓸쓸하고
희미해진 몇 자의 비문만이
구곡간장 태우네그려.--
[ 선운산가의 원문-長沙人 征役 過期不至 登禪雲山 望而歌之
장사인 정역 과기부지 등선운산 망이가지 ]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초라한 비문을 바라보며 엣사람과 현재의 나를 생각하고 더 나아가 인생을 생각하는 가을의 길목인가 합니다. 하냥 기다림에 지치고 지친 아낙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동일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저도 선운산 한번 갔다온 것 같아요.^^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두 지난 주에 산행을 갔더니, 산의 나무들이 옷 갈아입고 변신하느라 분주하더이다.
그 색깔 만큼의 차량과 형형색색의 옷을 입는 사람들이 온통 가을과 하나이더이다.
글에 머물다 갑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름처럼 바람처럼 왔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데..........시심을 정리하며......매번 신 시인님의 시에서 많은 생을 접합니다...건강 하시길.....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운산 가을을 마음 것 느낌니다. 인생의 가을 또한 봅니다.
좋으신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신동일님의 댓글
신동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백원기님 감사합니다./정영희님 그날 긴 시간 못가져 아쉬움이../윤해자작가님 감사해요../오영근님, 이선형작가님 고마워요 자주 제방을 방문해주시고 평도 해주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