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두에 돌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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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황선춘
원래는 하늘 붙드는 청지기로 태어나고 싶은 다각형 기둥이고 싶었다.
포효하는 붉은 아침을 받들고 쉼 없이 흘러나오는 정을 전하고
조금의 희열을 맛보고 싶은,
하지만 그대와 살꽃이 맞단 곳이 실로 부끄러워 산 아래로 구르고
빛이 찬란한 아침이기만을 위하여 또 시간을 구르다가
빈 잔에 미리 한 잔을 따르고
자꾸만 좁아져가는 세월에게 말 하지 못하며
바뀌는 태양이 어긋나기 시작한 균열에
벽두부터 생을 마감해버린 그대,
구를 때는 바위였지만
구릉에 도착할 때 상처 난 영혼들과 같이
돌돌돌 패여서
그만 둥글둥글 민돌 되어 버렸다.
아내는 햇살에 등져 누운 그대를 생각하고
아이들은 아직 어설픈 검정색 옷에 삼베옷 군데군데 띠를 걸쳤다.
본래 각 져서 구르지 못하는 세상이기에 남겨지기만을 바랄뿐이었던 그대는
아직 돌 에낀 이끼가 마르지 못하였을 터인데도
시간을 거슬러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
우린 매정한 체 하느라고 애를 썼고
그대는
도란도란 이야기만 나눌 수 있도록 미소 지으며 사각 틀에 박혀 있으니
삶이라는 시퍼런 칼날 앞에 돌을 던진들 남아있는 것이 있을까.
어얼쑤
웃으며 어께 춤추며 갈 수 만 있어도 둥글둥글 해지는 것 이지만
벽두에 그렇게 맑았던 세월의 흔적이 겨우 하루인데 변화무쌍도 하다
오십 팔세의 하루가 이다지도 짧더란 말인가
오지게 세월 앞에 붙어보지도 못하고
싫다고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고운 그대가
세월 앞 저 향속으로 사려져 가고 있다.
결국 밤이 찾아와 하늘과 땅이 젖고
오늘 밤에는 구르지 못하고 이대로 서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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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초 하루날 이 세상이 싫다고 사각틀안에서 미소만 짓고 있는
지인에게 ..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황선춘님 고은글에 잠시머물다 감니다
우영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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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는 구르지 못하고 이대로 서있어야....황선춘 시인님 고우신 글에 머물다 갑니다
저녁 붉은 노을이 찬란하고 아름다워서 잠못드실 날도 있답니다 시인님 글 반갑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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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춘 시인님, 구르는 돌에도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을 줄이야.
대단하시군요. ^^
홍갑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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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함께 개울가 거센 물에 돌 구르듯 굴러 가야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세월에 흔적 없이 깎이게 되겠지요.
자연스럽게 굴러가면 됩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승하시고 건필하소서
김승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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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의 회한에 머물다 갑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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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붙잡고 있는 사각의 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둥굴둥굴한 모습의 돌을
가져야 겠다는 마음으로 감상하다 갑니다...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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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이별 하셨나요?. 벽두에......
구르고 굴러서 둥글게 깍이는건 좋은데
너무 굴러서 민망하게 될까도 두렵습니다.
박힌채로 이끼를 뒤집어 쓰고 무게를 잡으면 혹 길손이 앉아 쉬기도 좋을텐데.
아름다운 시상에 머물다 갑니다. 황선춘 시인님!!.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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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춘 시인님
반갑게 뵙고 갑니다.
늘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