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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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인과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7건 조회 1,124회 작성일 2006-02-09 23:07본문
바삭바삭 마른 풀뿌리들이
흙더미들이
허물어지는 山 허리에 박혀있는
의지의 돌멩이들이
흘러내리든지 말든지
억새풀 더미에 미끄러진
하얀 잠자리가 날아가다가
찔기게 끊어진 찔레나무 가지에
날개가 찢겨져 내리든지 말든지
흰 옷 입은 가시내들이 내 앞에서
내 옷을 벗겨 내리든지 말든지
女人의 하얀 다리처럼 속살을 드러내는
저 십지닥나무의 뿌리들이
물길 찾아 땅 속을 후비든지 말든지
얄근거리는 산작약나무의 몸부림에
뒹구는 도토리 참도토리들
떨어져 아파오는 산기슭에
허덕이는 이끼 덩어리들이
말라 비틀어지든지 말든지
하늘에 물기가 축축히 배어들어 기어이는
주르륵 주르륵 풀어져 비가 내릴
그 날을 고대하며 으깨진 풀잎들이
날리든지 말든지
일어설 수가 없는 어떤 풀뿌리들
말라 비틀어지든지 말든지
바람이 비틀어져 걸어가는
호젓한 山 중간 쯤에서
말라버린 이슬을 먹고 쓸쓸한 무지개가 산무지개가
뿌리를 내리든지 말든지
흐르며 흐르며 한없이 끓어오르는
山의 그 가시내의 몸 속
심장의 지하수의 바닥까지
깊이 깊이 흐르든지 말든지
반짝이는 초록으로 문 열릴 날
위하여 살아보겠다고 땡글 땡글 눈알을 굴리며
하얀 토끼 몇 마리가 풀쩍 풀쩍 이 땅을
긁어대든지 말든지
아니, 아니, 우리의 소망 호랑이가 있다는데
호랑이도 있다는데
없는 산기슭의 어딘가에 숨어 있든지 말든지
울지야 않겠느냐고 울지 않겠느냐고
눈물도 나오지 않는 울음을
초목들도 더 이상 울지를 않는 계곡에서
쏟아지듯 찢어지듯 산사태가 무너지듯 헛소리들이
쓸 데 없는 환상들이
이따금씩 미쳐 날뛰는 낮별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반짝 반짝 쪼그라들은 눈빛으로
바윗돌과 바윗돌에
부딪치든지 말든지
그러다간 이내 쓰러져 쓰린 고독에
울어버리든지 말든지
그 고독이 맑은 눈송이 되어 눈꽃이 되어
흩날리는 나뭇잎에
고통의 벼랑 위에
쌓이든지 말든지
쌓이면 그만일 녹아흘러도 그만일
마음까지 흘러 발톱 끝으로
새든지 말든지
사념의 뿌리들이 말라버린 산의 풀들이
애가 타서 마르든지 말든지
허덕이는 산의 나무들이 목마름의 옷을 벗으며
눈 시린 빛의 칼날에 온 몸을 찔리며
이 지구의 작은 창자까지
시커멓게 멍이 든 물을 마시며
시들고 있는 산의 풀들이
죽어가던 女人의 마지막 떨리는 입술처럼
쓰러지고 있든지 말든지
말라가고 있든지 말든지
계속...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무관심의 벽을 넘어 자연의 섭리대로, 더 나아가 조물주의 의지에 맡기려는 이땅 모든 피조물의 심리인가 싶습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가 가는대로 그대로
너 가가고 싶은대로 그대로
발길 가는대로 이대로 갑니다,,
건필 하옵시고 2편 기다립니다,
하명환님의 댓글
하명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계속.........쾌지나 칭칭나네! 쾌지나 칭칭나네.........하든지말든지 내가 떠나든지 말든지 끝.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miso, ~~
작가님들 몸 건강하시지요?
백원기 시인님은 아주 조용하시면서
그윽하신 향기를 품고 계신 시향이 좋고요,
손갑식 시인님은 파닥파닥한 송사리 뒷꼬리 맛이 나고요,
하명환 선생님은 시골집 오골계맛이 나는 작품들,
참 맛있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 싱싱한 시어들 앞에 초고추장만 있어도
제격이지요.
시어詩魚의 꼬리를 잡고 시어詩魚의
머리를 초고추장에 푸~욱 담갔다가
꼴~깍, ...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제가 잠을 못자면 좀 이렇게
철이 없어집니다. 먹는 타령만 하고...
저는 배가 고파서 나무 줄기도 훑어본 적이 있습니다.
들판의 독사풀들도 삶아먹어봤습니다.
거짓말 같은 정말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만 둘렵ㄴ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니힐리즘입니다.
아파옵니다.
그저 그렇게 모든 것 있든지 말든지...
박시인님 대보름에 건안과 복 많이 기원하셨는지요.
올 보름달은 유난히 밝았습니다.
밝은 달처럼 시인님의 가정에도 환한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렇지요.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시상은 선경을 지배하고 있음을 봅니다.
생활이 여유롭지 못할수록
정서가 메마를수록
무언가 그리워질때 시인은 더욱
그러한 꿈을 포기하지 않아야 됨을 체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