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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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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방정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1건 조회 1,324회 작성일 2006-02-06 17:00

본문

                    소주가 짜다


핏빛으로 물든 달빛 포근한 밤,
하루살이 사내가 놀이터를 돌리고 있다
힘겹게 돌리는 손에는 소주 한 병이 들려있다
삐걱삐걱 놀이터 소리 날 때마다 먹여주는.
돌아가는 놀이터 안으로 탑승하지 못하는 사내는
닳아빠진 짧은 손으로 언제나 놀이터 밖에서 놀이터를 돌리기만 한다
짠 소주를 들이키며.
소주가 짜다
키 작은 사내의 눈물이 들어간 소주가 짜다
진종일 짊어낸 힘 부친 하루에 등짝은 갈라지고
갈라진 틈 사이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인생은
똑바로 걷는 게 마냥 비칠거리며 걷는데
한참을 걷다가 돌아보면 어쩔 수 없이 흘리게 되는 눈물,
그 눈물로 빚어낸 소주 한 잔이 사내에겐 짜기만 하다
바뀌지 않는 내일은 사내에게 절뚝거리는 오늘만을 살게 하고
오늘 끝에 선 사내는 놀이터 한 가운데 저를 놓아보지만
무섭게 도는 놀이터의 속도에 사내는 이내 튕기고 만다
결국 오늘만 살게 된 하루살이 사내는
하루의 끝, 밤늦게까지 아등바등 매달려
쉴 틈 없이 놀이터를 피로 물들이며 돌리고 있다
사내의 힘겨운 하루를 달래주듯
붉게 보풀어진 달이 소주를 쭉 들이킨다
달이 얼굴을 찡그린다
소주가 왜 이리 짜냐고.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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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소주가 왜 짤까요
방정민 선생님 명절 잘 보내셨지요?
제 시집 나오면 사 봐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메세지를 받고도 답장을 드리지 못했네요.
제 핸폰이 발신이 정지 되었거든요...
죄송해요...
덕분에 명절 잘 보냈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의 고뇌가 담긴 술...눈물이기에 이렇게 짠가 봅니다
삶의 바퀴속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는 인생의 허무함을 보고 갑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섞인 소주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아야지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밤새 놀이터에서 소주에다  눈물은 섞고있는 그 사내의
심장은  다  쫄아  들었겠네요.
심각하게  머물다  갑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no_profile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눈물은 짜지 않습니다,
그 눈물은 단지 짜게 느켜질 뿐 입니다,

눈물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되어
오늘도 내일도 함께
할겁니다,
다녀 갑니다,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의 마음이 절절이 배어 있군요.
좋은 시입니다. 그리고 공감합니다.
경험과 일상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시 이런 시어들이 좋은 시라 생각됩니다.
잘 감상하고 물러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과 함께 밥을 삼켜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모르듯이
땀과 함께 삼키는 소주...
깊은 사연이 담겨 있을 듯 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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