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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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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원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838회 작성일 2021-12-19 09:13

본문

간이역

 

                            시/박원영

 

태양이 부서져 노을이 되듯

운명에 순응하는

언젠가 지나갔을, 지나친

머언 기억하나

 

배웅하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오는 듯, 가는 듯, 멈춰선 듯

줄 곳 없는 명함 내미는

한 번도 중심이 된 적 없는

 

빛바랜 벽에 걸려 있는 깨알 같은 시간표

지난날 그리운 듯 꼬물거린다

 

울어도, 울지 않아도 그만인

기적소리 지날 때면

옥수수 몸통은 혼자 굵어 가고

온종일 의자에 포박당한 늙은 역장 남겨 두고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간이역은 눈물을 쓰지 않는다

마지막 기억으로 남을 뿐

 

아직 식지 않은 옛이야기 한 잔 꺼내

낡은 탁자 위 올려놓는다

 

그 곳은 언제나 외진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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