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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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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방정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179회 작성일 2006-01-05 19:01

본문

                      지나가는 날들




날이 하나씩 나이를 먹는다
쌓이는 날들, 그 위로 낙엽이 가벼워지고
내 마음은 굵은 나이테 하나 더하지 못해
무표정한 한 해의 끝으로 깊어져간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하늘과 땅 사이, 빈 공간 속으로 떠나고 싶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무엇으로 살 것인지
아무것도 생각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저 떠나고 싶다
얼마를 더 잃어버려야 날은
더 이상 내 속에서 속절없이 흘러내리지 않을까
헛된 나날들, 그 아래로 단풍이 무거워지고
가을이 한 올 한 올 옷을 벗기 시작하면
하이얀 세월만이 낮게 지나가고 있거늘
무엇을 보겠는가, 무엇을 느끼겠는가
화려함은 내 마음이 보고 싶은 순수함의 찌꺼기
모든 날들이 지나간, 그 다음 날
가만히 생각을 끊고 숨 쉬는 모든 것을 깨우면
처연한 공간에 웃음도 눈물도 떠나보낸
한 생명이 가쁜 숨을 버티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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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백영자님의 댓글

백영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월이 지나간 흔적 골만이 깊어지고
다만, 가벼이 가벼이
남은 시간이나마 소중히
방 시인님은  젊어 보이는데 생에 무개가 실린 듬직한 감정을 받습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서 화려한 단풍이 모두 내려앉고나면
순수한 눈이 내려오는가 봅니다.
나이를 먹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떠나보내고 내려놓고 벗어놓는 것과 같이
비우는 일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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