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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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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이내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867회 작성일 2018-08-04 18:43

본문

목각

 

 

투박한 등걸에 칼을 꽂으면

 

골짜기는 사각사각 눈이 내린다

 

산마루에 걸친 어둠이 배경으로 고이고

 

손을 베지 않으려면 손목에 힘을 빼야한다

 

칼은 가늘고 긴 목을 깍아내고

 

어깨위에 가느다란 곡선을 입히고

 

가슴을 흘러내리는 불빛을 다듬는다

 

젖가슴의 풍만함과 아름다움을 쪼아내기 위해선

 

새벽달이 스러지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바람에 서걱이는 억새소리가 들려올 지라도

 

칼을 놓을 수 없다. 비로소

 

풀밮을 기어가는 뱀의 소리를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칼이 지나간 자리는

 

살점이 베이고 피로 물들어져 아픈 상처로 남는다

 

각선미를 쪼아내고

 

두드러진 음부의 산림지대를 새겨 넣을 때

 

새벽은 가까스로 어둠을 물고 놓지 않는다

 

부드러운 머릿결을 다듬고

 

아침이 오는 소리까지 새겨 넣으면

 

소록소록 내리는 눈발이

 

여인의 부드러운 어깨위로 한 잎 한 잎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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