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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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
김종수
어느 날 부터 젖을 빨지 않았어요, 어린송아지는 외양간 구석에 누워 초롱한 눈만 감았다 뜨며 눈치만 보고 있었죠. 소장수가 다녀간 뒤 아버지는 자꾸 공납금 날짜를 짚어 보시는데 무슨 연윤지 어미 용순이는 뒷발로 송아지를 밀어 내기만 했죠.
막내의 분유를 뺏어 먹고도 송아지는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어요. 울음도 제대로 뱉지 못하고 소장수를 따라가던 날 아버지는 결국 원하는 값을 받아 내지 못 했답니다.
그날 저녁 외양간 천장에 긴 하품을 뿜어대던 용순에겐 푸짐한 위로의 여물통이 내려졌고, 내 목숨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송아지에게 이름을 달지 말라고 하셨죠. 이름이 없어야 명이 길다고.
밤새 울던 용순이는 엄마보다 무거운 짐이 가난이란 걸 알았는지 체념한 듯 새벽녘에야 여물을 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되새김질을 했죠.
아직 서툰 봄바람이 부는 언덕에 예쁜 눈을 깜빡이며 송아지가 달음박질을 하고 있어요. 엄매~엄매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젖을 빨아요. 그렇게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젖꼭지에선 붉은 피가 흘렀지요.
한밤을 여물통을 비비며 마지막 젖을 먹였는지, 부푼 젖을 짜내며 세 번째 이별을 꿰매고 있었는지, 아님 평생을 짊어질 노예의 굴레를 되새김질 하긴 싫었던 모양일까요?
여물통에는 노동의 유전자가 가득 섞인 용순의 젖이 하야케 고여 있었어요. 삼십년도 지난 엄매~엄매 그 이별의 소리가 어젯밤 동네 어귀에서 들렸어요.
김종수
어느 날 부터 젖을 빨지 않았어요, 어린송아지는 외양간 구석에 누워 초롱한 눈만 감았다 뜨며 눈치만 보고 있었죠. 소장수가 다녀간 뒤 아버지는 자꾸 공납금 날짜를 짚어 보시는데 무슨 연윤지 어미 용순이는 뒷발로 송아지를 밀어 내기만 했죠.
막내의 분유를 뺏어 먹고도 송아지는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어요. 울음도 제대로 뱉지 못하고 소장수를 따라가던 날 아버지는 결국 원하는 값을 받아 내지 못 했답니다.
그날 저녁 외양간 천장에 긴 하품을 뿜어대던 용순에겐 푸짐한 위로의 여물통이 내려졌고, 내 목숨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송아지에게 이름을 달지 말라고 하셨죠. 이름이 없어야 명이 길다고.
밤새 울던 용순이는 엄마보다 무거운 짐이 가난이란 걸 알았는지 체념한 듯 새벽녘에야 여물을 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되새김질을 했죠.
아직 서툰 봄바람이 부는 언덕에 예쁜 눈을 깜빡이며 송아지가 달음박질을 하고 있어요. 엄매~엄매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젖을 빨아요. 그렇게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젖꼭지에선 붉은 피가 흘렀지요.
한밤을 여물통을 비비며 마지막 젖을 먹였는지, 부푼 젖을 짜내며 세 번째 이별을 꿰매고 있었는지, 아님 평생을 짊어질 노예의 굴레를 되새김질 하긴 싫었던 모양일까요?
여물통에는 노동의 유전자가 가득 섞인 용순의 젖이 하야케 고여 있었어요. 삼십년도 지난 엄매~엄매 그 이별의 소리가 어젯밤 동네 어귀에서 들렸어요.
추천6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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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별입니다
가슴이 져며오는...
인간이 만들어 준 형벌 일까요?
김순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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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 소리가 생각납니다.
이별이란 늘 가슴 저며오는 아픔인것을
변정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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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키우던 소가 팔려 나가는 새벽녁에 긴 여운을 남기며 떠나던 소의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말은 못하지만 짧은 단어의 울음속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당사자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신사고의 글에 머물러 봅니다.
고맙습니다.
정영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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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장날 아침 허무하게 송아지를 떠나보내고 하루종일 울어대던
어미소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네요.
인간이나 동물이나 혈육에 대한 애틋함은 다름이 없을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