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지 않아 제비꽃이 피어나면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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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어리석은 중생은 매혹적인 순간을 한 컷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을 또 내기 시작했다. 올 봄도 덧없이 흘러가버리고 말 시간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평온한 풍경들과 한 시간 남짓 머무르다 교보문고를 갔다. 딸아이가 얼마전 부터 조르기 시작한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등의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책장에 있는 책을 권했으나 딸아이는 활자가 세로로 써 있는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신세대였던 것이다. 종이 또한 황달이 걸린듯 누렇게 앓고 있었고, 역사를 자랑하는 책냄새까지 폴폴 날리고 있었기에 거부감은 더했을 것이다.
서너 권의 책을 고르고 책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에 서있는 내 앞으로, 참고서 등을 수북히 쌓아놓고 어느 여학생과 나이가 젊은 할아버지 그리고 아저씨 한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옷차림과 어두운 표정의 여학생이 가끔씩 방그레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얼마든지 사줄테니 그 때 그 때 필요한 책을 바로 말해주면 좋겠다며, 여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르니까 아저씨 한테든지 할아버지께든지 어려워 말고 언제든지 이야기를 해달라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한지 몇 주가 지난 오늘에서야 그 여학생은 참고서와 때 늦은 해후를 했던 것이었다. 참고서들 위로 다른 책들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갈매기의 꿈>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저씨는 조나단을 통해서 여학생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할아버지와 아저씨는 여학생의 후원자들로 보였다. 할아버지의 표정에는 인자함이 넘쳐나고 아저씨의 눈빛에는 진심어린 정감이 서려있고 목소리마저 따스한 덕에 내 맘까지 포근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와 아저씨 그리고 그 여학생의 미소가 봄 향기를 품고 온 제비꽃으로 떠올랐다. 머지않아 제비꽃이 피어나면 그 분들의 미소가 떠올라 내 마음까지 고운빛으로 물들고 말 것이다. 한 발 뒤에서라도 참 지켜볼 만한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감사함이 들던 날이었다.
2004. 3. 14.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예 이은영님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머물다 갑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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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발걸음 하셨군요
살아 볼 만한 세상임에 틀림 없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드리고 갑니다.
윤응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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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장이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가 보네요..
조나단과 같이 꿈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라 하는 메세지를 담아서 주는..힘들어도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같은 사람이 있는 세상!~
아무리 현실이 각박한 세상이라해도 아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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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운 미소가 아름다운 결실로 맺혀지게 되겠지요.... 고운 마음을 보고 갑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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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바빴습니다. 아니, 몸이 적어도 다섯은 있어야겠어요.
하여, 새로운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지난 글 잠시 올려놓았습니다.
8월이 지나고 나면 좀 한가해질 것 같습니다.
하루가 길면서도 짧고,
짧으면서도 긴 즈음입니다.
늘 잊지않고 다녀가시는 분들에게 뭐라 감사를 드려야 좋을까 싶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행복한 일들만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금동건 시인님, 오영근 시인님, 윤응섭 작가님, 김석범 시인님께
꿀잠, 꿀밤, 꿀바람, 꿀미소 사알짝 희망하며 갑니다~~~ 스마일 *^^*
윤응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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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즘 무지 바쁘네요..여기 못 올 만큼..
그래도 옛날 써논 글이라도 올리시니 고맙네요..
나는 그것도 안되니.....................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