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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화된 살인- 은행나무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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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850회 작성일 2018-11-19 23:14

본문

정당화된 살인

- 은행나무를 추모하며

 

                                                           김혜련

 

섬거리 그곳에

팔십 년이라는 긴 세월

뿌리내리고 살아온

그들이 죽었다

아니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당했다

원주민보다 더 원주민다웠던

그들 열다섯 명의 황금빛 목숨이

도로 확장이라는 정당한 이름표를 걸고

어느 날 들이닥친 포클레인 부대에게

발뒤꿈치까지 깔아뭉개져

그 아름다운 목숨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날 오후

유해도 없는 빈소에

가을을 닮은 슬픈 빗줄기가

겨울 고드름처럼 후드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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