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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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국): 2005.10.30 아침 담음.
어머니 생각 4 / 강현태
오른쪽 조금 높이
크고 작은 독들이 놓여 있는 장독간이 있고
왼쪽으로는
어머니께서 건너 마을에서 가져와
꺾꽃이 하였다는 국화가
노오란 빛깔 꽃을 활짝 피운 화단
그 가운데
생전 익숙한 솜씨의 아버지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고향집 정방형(正方形) 우물가
어머니께 올릴 아침 국거리용
영계 한 마리를 장만코자
먼저
한 뼘 반 넓이 두 뼘 길이 나무 도마를 깨끗이 한 다음
부엌칼을 찾아
엄지 끝마디 안쪽으로 날을 쓸어 본다
누가 있어
부엌 세간 어느 하나 손을 볼 수 있었으랴
무딜대로 무디어진 칼날을
숫돌에 여남은 차례 밀었다 당겼다 하며 갈아
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검정색 플라스틱 손잡이와
칼 뿌리에 덕지덕지 묵은 때를
어릴 적 자주 보아왔던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볏짚 수세미에 센 흙을 세제(洗劑)로 삼아
숯검정 양은 솥을 닦듯 벗겨낸다
이미 털이 뽑히고 내장이 버려진
비교적 깨끗한 통째의 닭이지만
내 방식대로 그래도 몇 번 더
갓 길은 샘물에 헹궈 핏물을 뺀다
전체 양(量)을 나눠 반(半)으로 하되
날갯죽지와 몸통은 잘게 토막 내
오늘 아침 나랑 마주할 조반상에 올리고
두 다리샅과 가슴패기에 붙은 살코기만을 바른
반은 다시 세 등분(等分)하여 썰고 썰어
내 없을 적
어머니 혼자 쉽게 끓여 드시게 할 미립으로
하얀 비니루 봉지에 따로 담아 둔다
어머니께서 손수 메주를 빚어 담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껍질 벗긴 무를 칼로 내려 삐쳐 썰어 넣고
마지막으로
칼자루 끝으로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양념을 쳐 끓이면 조리가 끝나는 닭국
모자간(母子間) 각 대접에 국 한가득
마주하며 밥과 말아 훌렁 비우는
그 모습이 참으로 뿌듯하게 느껴진다
내 떠나올 적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오셔
먼 길에 노잣돈 떨어졌을 거라고
배추잎 색깔 지폐 두어 장을 쥐어 주려 하시고
병원에 들러 혈압이라도 자주 재어 보라는 말씀
두 귀에 못 박힐 정도로 일러 주시는 어머니
두 팔 벌려 덥석 당신을 안고 선 잠시 동안
내 가슴속엔 불현듯
한줄기 뭉클한 감정이 용암처럼 솟아 오른다
아, 고마운 울 어머니
단 하루
당신을 걱정하지 않은 날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은 날 없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꼭 현태(現態)의 그대로나마
이 자식과 이 세상에서
더 함께 하시길 소망합니다
추천7
댓글목록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금도 전 울 엄마가 해주시던 닭도리탕이 젤 맛있어요.
강현태 선생님 노오란 산국이 정말 이뿌네요^^
고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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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요리 속에도 어머님은 살아 계셨습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윤해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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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시인님, 어머니의 사랑에 머물다 갑니다.
산국이 싱그럽듯 어머님의 향도 싱그러울 것 같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강현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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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나눠주신 세 분 시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쓸 때 아름다운 맘결로
더더욱 행복한 삶을 이룩하시길 빕니다.
참 고맙습니다.
김상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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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생각하심에 무슨 수사적 기교나 세련됨이 필요하리오.
어머니를 사랑하시는, 있는 그대로의 소박하고 뜨거운 성정의 표현에
감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