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가을의 끝 자락에 서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754회 작성일 2005-10-27 23:12

본문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이건 뻥이다!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뻥이어야 한다. 엊그제 우면산 자락에 진달래 꽃 선혈이 낭자한 피 철갑이었고, 전당 뒤켠의 오솔길 언덕배기에 샛노란 개나리 꽃이 넝쿨째로 나뒹굴었는데, 벌써 가을이가 꼬랑지를 내 앞에 들이내민다는 것은 분명 세월이놈이 치는 뻥이다. 세월이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이야. 제깟 놈이 세월이면 세월이지 네월도 오월도 아닌 놈이 무엇이길래 아직 진달래 꽃 선향(鮮香)도 코끝에서 맴돌고 개나리 꽃 동심(童心)도 내 곁에 머물고 있는데 시월의 끝자락을 내 앞에 바짝 당겨다 놓는단 말인가. 이건 세월이란 놈의 장난인 것이야. 뻥이란 말이다. 난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고 염통이 팔딱거려서 네 놈을 댕강 들어 종로사거리 대로변에 내동댕이를 쳐서 박살을 내버리고 말 것이야.

내가 거품을 품어대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껌을 씹어댄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물고기가 연못에 노닐고 솔개가 하늘을 비상하는 모습을 보고도 내 눈에 보이지 아니하고, 청산녹수(靑山錄水)를 보고도 그 맑고 깨끗함을 느끼지 못하고, 만추홍엽(晩秋紅葉)을 보고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아니하고 느끼고 싶지 아니하고 알려는 생각조차를 하기 싫은 까닭이다. 그토록 가을이 놈의 꼬랑지가 보기 싫다는 말이다.

아직 몽마르트 언덕에서 예술인이랍시고 떠들어댔던 그림쟁이, 글쟁이, 조각쟁이, 소리쟁이들의 패거리 이야기, 그들이 밥 먹고 똥 싸면서 발광해댔던 이야기들도 모두 다 읽지 못한 채 내 책상 위에 나뒹굴고 있는데, 아직 한여름의 밤, 내 고향 실개천에서 해바라기질 한번 해 보지 못했는데, 아직 그대에게 예쁜 단풍 편지 한 통 띄우지 못했는데, 아직 오색의 산녀(山女)들과 코피 흐르도록 연애 질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했는데 세월이란 놈이 아니 벌써 꼬랑지를 내밀치고 있으니 나로 하여금 열불 솟게 만든다.

내가 아무리 팔짝 뛰고 발을 동동 구른다 해도 세월이란 놈은 결코, 진달래 개나리 활짝 핀 봄을 나에게 되돌려 놓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그것은 49년 전에도 그랬고 내가 장가를 가는 그 해에도 그랬으며 작년까지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모습이 세월의 도마 위에 올려진 팔딱거리는 한 마리 생선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냥 눈 지그시 감고 가슴 쓸어내리며 세월이란 놈의 비위 맞추어 일체(一體)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 나의 자유로움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거품을 품어대는 것은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나의 작은 발악일 따름이다. 올해도 안타까움에 떠나는 가을이 놈의 꼬랑지를 붙들고 나는 이렇게 발악을 해댄다. 미친놈처럼‥.








추천8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읽지 못한 책처럼
마음의 준비도 않했는데 세월이란 빠르게 오나봅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하는데 ....
비오는 아침 따듯한 녹차를 보냅니다.

정해영님의 댓글

정해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 떠나기전에 가을이와 미치도록 연애질 한 번 하고 싶었는데..
꼬랑지를 내밀고 있군요.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요? ^ㄴ^
이선형 시인님이 보내주시는 따뜻한 녹차 한 잔 들면서
답답한 가슴을 녹이렵니다.

박찬란님의 댓글

박찬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는 세월이 많이 안타가우신가 보네요. 하지만 쓸슬해 하지 마세요. 세월은 먹은 만큼 내면의 내공은 눈처럼 쌓이는 법이니까요. 서울서 좀 봅시다. 추남(가을을 앓고 있는 남자)의 내공은 얼마나 쌓고 있는지 뚜껑 좀 열어 봅시다.ㅎㅎ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41건 489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921 오한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7 2005-03-23 8
1920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6 2005-03-28 8
1919 풍란 박영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3 2005-04-02 8
1918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2 2005-04-12 8
1917 조연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5 2005-04-16 8
1916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5 2005-04-18 8
1915 조연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4 2005-04-22 8
1914 박영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6 2005-05-10 8
1913
댓글+ 5
함재열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428 2005-05-13 8
1912
기다린 오월 댓글+ 6
전승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5 2005-05-19 8
1911 박영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5 2005-05-20 8
1910
장미향(香) 댓글+ 1
no_profile 윤복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9 2005-05-27 8
1909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6 2005-05-31 8
1908 함재열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218 2005-06-21 8
1907 김춘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5 2005-07-09 8
1906 함재열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073 2005-07-10 8
1905
♣ 토끼풀 댓글+ 7
허순임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225 2005-08-05 8
1904
박제된 사슴 댓글+ 5
김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 2005-08-08 8
1903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3 2005-08-10 8
1902
견 가(犬 歌) 댓글+ 2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6 2005-08-11 8
1901
충주댐 댓글+ 10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5 2005-08-15 8
1900 no_profile 임남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3 2005-08-21 8
1899
처서 집에서 댓글+ 10
박태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703 2005-08-22 8
1898
九萬里 방파제 댓글+ 8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7 2005-08-24 8
1897
하와이 가던 날 댓글+ 6
no_profile 이윤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 2005-08-26 8
1896 지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2005-08-26 8
1895 정영순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751 2005-08-26 8
1894 no_profile 신동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5 2005-09-01 8
1893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2 2005-09-03 8
1892 박란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8 2005-09-11 8
1891
멀미 댓글+ 5
오형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2005-09-12 8
1890 이선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3 2005-09-22 8
1889
박기준 댓글+ 5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2 2005-09-28 8
1888 no_profile 빈여백파노라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1 2005-09-28 8
1887 이선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9 2005-10-10 8
1886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8 2005-10-11 8
1885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6 2005-10-18 8
열람중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5 2005-10-27 8
1883 박영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1 2005-10-30 8
1882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7 2005-10-31 8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