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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아리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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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영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793회 작성일 2018-07-04 15:44

본문

어느 병아리의 운명
         강 영 준
알에서 삼칠일 버텨야 파각을 하고
삐약 삐~약 병아리로 태어난다는 것은
부화기로도 어길 수 없는
어미 닭 품속과 같은 경계
줄탁동기(啐啄同機)의 계율을 어기고
엄마가 누구인지
아빠가 있기나 한 건지
데굴데굴 천덕꾸러기로 태어나
유치원에서도 부담 없이
원아들에게 나누어 준 병아리 세 마리

손자 손녀 보드라운 호기심
부리 속 감춘 혀에 묻어나는
물비늘 같은 정성으로 한 달 남짓
고작 사과박스 마련으로
뛰어넘지 못할 벽은 없다
팽창하는 생명의 약진이라 자연에 맡겨야지
넓은 세상 산골 작은 할아버지 농장은
안성맞춤일 터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하룻밤 새에
한 마리가 없어지다니
산짐승 짓이 분명할진데
남아있는 두 마리의 안전도 걱정
털도 안 뽑고 먹는다는 그 야들야들한 맛
어느 살쾡이 녀석의 붉은 눈초리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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