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이포리 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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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906회 작성일 2014-02-20 23:17본문
<1988 이포리 쪽방>
김혜련
갈꽃섬 이포리 혜성장
여섯 개의 쪽방이 구멍가게를 중심으로
여섯 마리 돌게처럼 엎드려 있다.
한평생 고기만 잡던 주인 장 노인은
이제 쪽방 한가운데 코딱지 구멍가게
하나 차려놓고 날마다 바다 바라보며
소주 마시는 게 일상이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물거품 토하며 사라지는 고깃배도 아니다
가슴 속에서 숯이 되고 재가 돼버린
그놈 정명(正名)이 이름처럼 바르게 살고자했던
수산고 졸업하고 아비 뒤를 이어
고기잡이하겠다던 그 청대 같은 놈
그놈을 잡아먹은 바다의 게걸스런 입이다
붉은 눈의 장 노인은
시린 소주를 목 안으로 밀어 넣고
먹먹해진 가슴을 두 손으로
퍽퍽 치며 밤 새 운다.
갈바람이 문풍지 때리며 달래는 밤
건넌방 늙은 상업선생 길 선생의
코 고는 소리는 한 옥타브 올라가고
옆방 읍사무소 직원 정 씨 부부의 숨소리는 거칠다
뒷방 가정과 홍 선생은 별밤을 듣는 모양이다
나는 오늘밤도 어김없이 찾아와
창호지 문에 파란 불빛을 서비스하는
도둑과에 속하는 고양이를 보며
쌀통에 숨겨놓은 소주를 꺼내 홀짝거린다.
1988년 이포리 혜성장의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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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다가 삶이고 터전이었던 그곳에
자식을 잃어버린 심정 오직이나 하겠습니까
그 마음 쓰디 쓴 쇠주를 부어 달래는 것이 눈에 선합니다
바다는 때로 어머니 같은 품이었다가
또 한순간 짐승으로 돌변하는 무서운 짐승이지요
1988년 이포리 혜성장 쪽방의 서글픈 풍경에
잠시 생각을 풀어 놓고 갑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석범 님,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988년 제가 갈꽃섬에서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곳 사람들 중에는 자식을 또는 아버지를 바다에 빼앗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한맺힌 가슴 속 이야기들을 듣곤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