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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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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김용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769회 작성일 2019-02-25 11:12

본문

백구의 외출
 
 
김용천
 
 
 
 
  추석을 맞아 처가 댁에 갔다 마당 구석에 있던 백구는 낯선 사람을 보자 짖기는커녕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 큰 녀석이 자꾸 숨으려 했다 간식을 줘도 먹을 생각은 안 하고 몸을 움츠리며 강아지 소리를 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먼 발치에서 바라봤다 
 
작은 처남이 일찍 귀가하자 백구는 온몸으로 반겼다 장모님은 사위들 대접하게 개를 잡아야 한다며 반대하는 작은 처남과 말다툼을 했다 장모님은 언성을 높이며 개잡는 사람들 기다리고 있다고 채근을 하였다 속이 상한 작은 처남은 어쩔 수 없이 백구를 데리고 나섰다 영문을 모르는 백구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작은 처남이 같이 가자고 하여 동행하며 백구와 산책 자주 하냐고 물으니 처음이라고 했다
 
냇가 다리에는 동네 사람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처남에게 개가 물을 수 있으니 목에 올가미를 걸고 안아서 다리 난간으로 던지라고 했다 난감해하다가 번쩍 품에 안았는데 당황하는 백구의 눈을 보고야 말았다 짖지도 않고 순했던 백구는 천사가 되어 하늘을 날았다 백구의 마지막 몸짓에 다리가 후들거려 자리를 피했다
 
밤늦게 도착한 사위들은 게걸스럽게 먹으며 권했지만 작은 처남과 술 한 병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대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올 수 없는 길을 떠난 백구의 마지막 모습이 아른거렸다 선한 눈동자를 가슴에 품었고 강산이 세 번 변했는데 보신탕, 영양탕 간판만 봐도 멍에를 얹은 듯 무겁고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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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에 저도 탕탕탕을 간혹 먹긴 했지만
이제는 피하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외출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백구...!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사연입니다
-감사합니다

정윤호님의 댓글

no_profile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약한 것에 더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습니다.
옹벽의 풀 한포기도 예사롭지 않은데...
절망하는 백구의 눈빛이 못처럼 박힌 시인의
마음이 아픕니다. 고맙습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no_profile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주에 태어난 그 어떤것도 신에 의한 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녁의 풀 한포기,살아 꿈틀거리는 짐승들,바다의 물고기,하늘나는 새들
지금 제옆에 놓여 있는 물잔도 혼의 영역에서 자기역활을 하고 있지요
그 혼이 깃든 것을 인간의 욕망에 의해 헤를끼치고 사는 우리 인간들은
어디서 죄의 사함을 구해야 할지,생선회 한점을 먹더라도 그 앞에서 잠시나마
그를 위해 짧은 기도를 하게 되더이다 ,개뿐만아니라 무심코 먹는 소나 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을 통해 미물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작품으로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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