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적봉 주목 아래 잠든 그녀

                                     김 원곤

천 년 세월 하루같이 홀로 외로이 

누구를 기다리나 주목 나무 

하얀 눈 꽃송이 잎새 위로 

소복소복 쌓여가네

솜털같이 가벼워 불면 날아갈까

마주보기 조차 숨 가빠

애써 외면하여도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미동조차 없는 그녀 

작은 바람에 흔들리고 뜨거운 입김에 몸서리치며

산 꼭대기 몰아치는 찬바람에

살아보려 애쓰다가 

간신히 잎사귀 끝에 매달려 있네

따스한 바람 불어와  

살며시 얼굴 비비니 

봄 날 눈 녹듯 내려 앉는 슬픔의 눈물 방울  

찬 서리 맞아가며

내 그대 오기를 기다렸건만 

봄이 오고 여름 가고 가을이 오고

찬바람 불어와 나 또다시 

오지 않을 그대를 기다리며

그대 지나가는 뒷모습이라도 보고파 

높이 높이 올라 주목에 내 몸 의탁하여 

오늘도 바람에게 속삭입니다

나 더 곱게 단장하여 그대를 기다리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