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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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은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661회 작성일 2017-10-11 15:15본문
백년 불씨
송 은 섭
어린 시절 내 가슴에 숯 하나 있었네
참나무인지, 대나무인지 그땐 몰랐어
그냥 조그만 검댕이라 불렀지
스무 살 즈음
가슴 속에서 향기가 나더군
그때 처음 참나무 숯 이란 걸 알았어
서른 즈음
대나무를 만나 불꽃을 피웠더니 하늘높이 치솟더군
아름다웠지 불꽃 속에 열정이 세상을 삼킬 듯이 타올랐어
마흔 즈음
조절되지 않는 분노가 숯 검댕이를 만들더군
방울 든 여인은 3재라 했고, 흰옷 입은 남자는 불꽃병이라 했어
쉰 즈음
어둠을 지난 침묵이 밖이 아니라 안을 보라 하더군
까만 밤이 되어서야 깨달았지 불씨가 불씨 인 것을
예순 즈음
타고 남은 재를 뒤적여보니 실한 놈 한 덩어리가 보였어
언젠가 책을 태워 만든 꿈이란 놈이 다시 날개짓하며 나를 일으켜 세우더군
일흔 즈음
손주녀석이 네모난 기계로 숯덩이를 화로에 옮기는 기술을 알려주더군
배우고나니 참 다루기 쉬웠지, 밥 맛도 좋아졌고
여든 즈음
불씨가 가늘게 눈을 깜빡이며 참나무 향을 내보내더군
3년 단위로 향기를 모아서 내기로 했어. 그 리듬이 나한테 맞았거든
아흔 즈음
주변 불씨가 하나 둘 사라지더니 나만 홀로 타고 있었지
신기하게도 증오가 없어지더군 사랑만 보이더라고
백 살 즈음
언제까지 빛날 줄 알았는데 결국 숯덩이가 재를 만나게 되더군
구슬픈 소리에 아래를 보니 세상은 아직도 불꽃놀이중이라
하얗게 부서지며 말했어 “사랑하라고!”
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에서 태어나 물로 돌아가기까지 인생의 여정 속에서 찾아보는 불씨들..!
성경, 불경도 결국은 사랑과 자비의 핵심 언어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듯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는 각오로 감상해 봅니다
[백년 불씨]의 멋진 작품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