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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임한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86회 작성일 2022-01-03 17:11

본문

옆집 서울 간 언니처럼
부잣집 딸,
로 태어나고 싶었어.

먼지 폴폴 굼벵이 완행버스
언덕배기 보리밭길 신작로에 서면

서울 언니
또. 각. 또. 각.
뾰족 구두 내딛으며 마을로 걸어올 때
멀찍이 바가지 머리 코찡찡이
흙 담장 뒤에 숨어 몰래 훔쳐보았어.

거울 꺼내 화장 고치는 서울 언니
햇빛 속으로 걸어 들어오면
콩. 닥. 콩. 닥
시커먼 손톱 물어뜯으며
쭈. 뼛. 쭈. 뼛.
뒷걸음질 쳤어.
내 옆을 스쳐가는 비누거품 향이
보리냄새를 뚫고 풍겨왔어.

현기증 나게 파전 부치는 냄새.
빨간 벽돌 문질러 입술에 바르고
엄마 화장대 위 쥬단학 구루무
허옇게 분칠 한 채
살. 금. 살. 금.
숙제를 핑계 삼아 옆 집 친구 앞마당에 들어설 때
황금과 유황과 몰약 대신
거울을 건네는
동방박사 같은 서울 언니는
부잣집 딸이었어.

달빛 이고 다시
또. 각. 또. 각
징검다리 건너 서울 가는 서울 언니.
꽁무니 숨어 쫓다보면
하늘 저쪽 물고기자리 별무리들
강물에 쏟아져
첨. 벙. 첨. 벙.
엄마 구두 훔쳐 신고 나온 내 발목까지
환히 차올랐어.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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