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잎새에 나부끼는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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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잎새에 나부끼는 파도소리
시/김 태 일(金 泰 一)
사라봉 길섶 소나무 잎새들이
지나가는 돌풍에 몸서리치듯
텅 빈 가슴 파고들어 '쏴아' 울음보를 터트립니다.
순간 당신의 초췌한 환영이 섬광처럼
등줄기를 훑어 파고듭니다.
개처럼 일경(日警)에게 끌려가던
당신의 다 낡은 바지저고리가
마지막 깃발이 되어 펄럭이던 만세동산,
그 바닷가 청지머루(靑鳥之園) 보리밭 위를 날아가던
바람 까마귀떼 소리가 바로 '쏴아' 그랬습니다.
당신이 가미가제특공대 영웅이 되어
일장기 두르고 외눈 달아 외발로 돌아오던 날,
그 보리밭 잎새들은
훈장처럼 눈서리 주렁주렁 달고 벌벌 떨며 숨죽여
지나가는 미풍에도 '쏴아' 흐느꼈습니다.
우리가 왜 모르겠습니까.
당신이 이유도 모른 체 미군정에 쫒겨
한라산 기슭 어느 동굴에서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 땅속 심연에서 들려오던 바람소리 역시
파도소리였다는 것을.
어머님이 한 많은 숨비소리* 남기고
피다 만 동백꽃 요절하듯
제주바다 깊이 평화롭게 잠들어 갈 때,
당신의 주검을 보듬어 안아 밀려온 파도소리 역시
이 소리였습니다.
오늘도 사라봉에는
당신의 한스런 주검을 조상(弔喪)하듯
별도봉 암벽을 향하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산책로 노송(老松) 잎새마다 허위허위
바람 되어 나부낍니다.
* 숨비소리 :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따기 위해 바다 깊이 잠수하였다,
바닷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꾹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쉴 때, 자연스럽게
내는 휘파람 소리 비슷한 소리
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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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 'html 소스'가 없어서
파도소리를 백사운드로 깔지 못하였습니다.
파도소리 'html 소스'를 가지고 계신 분은
꼬리글로 부탁 올립니다. ^.~**
이선형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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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ed src=http://www.soundwiz.co.kr/SampleSound_File/자연/NTR071.wav volume=30 loop=true hidden=true>빨리 구하여 올립니다^^ 후에 덧글은 따로 올리 겠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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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감사합니다.
역시 우리 귀공자 시인님이 '캡'입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
박태원님의 댓글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눈이오는건가요..너무시원합니다.
숨비소리도 배우고 갑니다.
김영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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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것 들을 너무 많이 잊어 버리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헐 것들을
너무 많이 잃어 버리고 살아가면서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일상을 일깨워 주는 김태일 시인님 글앞에서
머물다 갑니다
박기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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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한맺힘, 애도의 시에 깊은 마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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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이 날숨을 그리시고
김 시인님의 글은
살아 한으로 숨죽여 우는
처참한 고백의 아픔입니다.
어찌 이리도 서럽습니까?
ㅋㅋ,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가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양남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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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면, 4.3사건을 떠 올리게 되지요. 그리고 일본군인들의 만행도 따라 나서지요. 고향에가면 한 날에 제사지네는 집이 반 이상인데 이 파도소리는 살아있는 자들의 비탄의 소리요, 돌아가신 넋이 절규이지요.
늘 깨어있는 글을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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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시인님, 김영태 시인님, 박기준 시인님, 고은영 시인님, 양남하 시인님!!!!!
우리 한민족의 역사는 우리들의 사연 못지않게 수많은 한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시인의 아픔은 한 개인에 극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와 민족과 인류는 물론 사물, 자연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현상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그 고통과 아픔과 아름다움을 함께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 시인님들의 관심, 감사드립니다. ^.~**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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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숨비 소리가 그것이로구나!..제주에서는 숨비소리라고!.......이곳에도 해녀들이 있읍지요!.....김태일 시인님..그 서정이 마냥 부럽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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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근 시인님, 들려주셨었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