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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감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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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2019-08-11 12:44

본문

하지감자 사랑

                                        조소영

아버지는 밭을 갈아엎고
씨 좋은 감자를 골라 조각을 냈다
속살이 드러난 감자
하얀 지혈제 가루약을 뿌리듯
상처에 아궁이 재를 굴리고 
언덕 너머 가마골, 골밭 이랑마다
아버지의 희망을 넣으셨다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
한 입 베어 문 찐 감자는
그 시절 보릿고개를 넘던 가족처럼 느껴진다
찌든 가난을 함께 나눈 감자는
가족의 사랑이었다

칼에 베이는 아픔을 견뎌야 했을
잘라낸 반쪽감자
빗물로
손길로
상처는 그 시련을 딛고 
땅 밑 어두운 곳에서도 몽돌처럼 둥글게 여물어
세상 밖으로 어엿이 꽃대를 올렸다

하얀 꽃 보라 꽃
어두운 곳의 식솔들을 위해
꽃을 버려야 하는 애처로운 감자꽃
숱한 밤, 가족의 배를 채워줄 사랑으로 거듭나
어두운 곳에서도 아버지의 열망은 통했을 것이다

여름 한낮, 아팠던 살점은 아물어
까만 눈동자를 줄줄이 달고 나오는 식솔들
가슴마다 뜨겁다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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