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질 때

이내빈

밤새 함박눈이 듬뿍 쌓였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동백 숲에

선혈 낭자한 각혈로 피어난 빨간꽃

눈꽃 사이로 선홍색 꽃망울 터트린다

뽀얀 발목 쪼아대는 동박새 부리

겨울향 묶어놓는 샛노란 꽃술

차라리 너무 붉어 목이 메인다

눈보라 흩날리는 엄동설한에

선연한 꽃망울 피워내다가

봄소식 파도탈 때 목을 꺽는다

천길 단애로 낙화하는 적의의 무애

낙화는 바람 한줌 베어물고 망부석이 된다

강렬한 아름다움 불타오를 때

동백은 온 몸 던져 빨간 웃음 웃는다

동백은 떨어져서 웃는다

붉디 붉게 떨어져서 웃는다

하늘을 사랑하였노라고

끝내 동백은 떨어져셔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