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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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아침 편지 / 강현태
어제 아침엔 들녘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체로 거른 듯 티 하나 없는 맑고 높푸른 하늘에
참으로 상쾌한 아침이었어요.
간밤
싸라기눈 같은 서리가 내렸었더군요.
이용원 아저씨 세 이랑 조그만 김장밭에도
산촌 가든 뒤뜰 수북이 쌓인 낙엽 위에도
밭이랑 빈자리 맨 흙 위에도...
너무 반가웠습니다.
순간 내가 마치 고향 텃밭 위에 서 있는 느낌이 들고
엊그제 찾아뵈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연이어 떠올랐습니다.
금새로 따진다면 노력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 자식 주려고 팔순이 넘은 노구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손수 마늘 농사를 짓고 계시는
내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겝니다.
오늘은
새로운 맘가짐으로 어제보단 더 일찍 집을 나와
사람들이 늘 다니는 등산로를 비켜
호젓한 산기슭을 거슬러 오르며 나홀로 숲 속을 산책했습니다.
유심한 산중
한 점 바람 없어도 나뭇잎은 그냥 떨어져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땅 위는 온통 낙엽벌판이고
산등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숲을 가득 메운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참나무, 아카시아나무,
떡갈나무, 오리나무 등
온갖 활엽수들이 연출하는 색깔의 변주가
절정에 이르러 시야를 압도했습니다.
조락의 계절인 가을,
조금은 쓸쓸한 숨결을 뒤로 미룬 채
그 끄트머리에서 숲 속에서 베풀어 지는 마지막 찬연한 향연
나는 자연이 주는 가슴 벅찬 선물을
어느 것 하나 놓칠세라 온 가슴에 품고 또 품으며
산비탈도 가벼이 하나하나 기어올랐습니다.
어느 새 산꼭대기...
산등성에 우뚝이 선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춰드는 눈부신 햇발을 보자
언제나 그랬듯 내 가슴엔 넘치는 희망과 신비스런 기쁨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저만치
이제야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내 두 눈 아래 내려다 보이는 등산로 굽이마다
늦가을 단풍 진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산뜻한 마음에
더한층 발걸음도 경쾌하게 서둘러 산을 내려갑니다.
' 네 영혼이 피로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한
어느 시인의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자연을 통한 진지한 사색과 부단한 자기 성찰,
내일도 모레도...
나의 아침 산책은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처럼 쉼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움인 양 이슬방울 머금은 옥매화)
산책길 고이 담은
마냥 좋은 이 기분을 아침 햇살에 실어 그리운 당신께 드립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렇듯 자연이란 위대한 스승이 있고
내 노랫소리를 언제나 귀담아 듣고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물
소중한 당신이 있기에
* Picture: Kang Hyuntae / The Autumnal Lights Of Mountain
* Music: John Denver / Perhaps Love
댓글목록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고운글 이쁜 영상 벌써 거기엔 싸리눈 이 왔나봅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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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고운글과 영상에 감사드리면서....
서둘러 떠나는 가을을 보는듯합니다...
전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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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게으르고 시간없는 현대인의 대표로
그 아름다운 가을 산하를 두루 섭렵하시고
올려 주시니 너무너무 고맙고 황송 합니다.
건필, 건승 하소서.......
윤복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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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상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정영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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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는 정경인데도
선생님의 사진에서 보니 더욱 정겹습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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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고산엘 다녀왔는데 아름다운 영상을 통하여 새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님의 마음을 읽는듯 합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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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서리가 곳곳에 완연하군요 참 아름답고 슬픈 .....
저린 가슴안고 물러갑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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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진과 정성이 가득입니다.
이 좋은 자료가 후일 시와 책으로 같이 만드심이 ...
좋은 밤되시길 바랍니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가을의 끄트머리....멋진 사진과 아름다운 글 그리고....아름다운 음악의 하모니.
편안히 쉬어갑니다
강현태 선생님 정겨움에 미소짓고갑니다,,,,늘 편안 하세요^^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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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매화의 모습에
이 가을 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 ^^
김춘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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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태 시인님,
어쩜 이렇게 하나하나 아름답게 담으셨는지요.
덕분에 숲속을 거니는 마음 평화롭습니다.
강현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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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러 주신 동인 여러분!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가을 끝 자락...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고
좋은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차연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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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과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게도 하네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