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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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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종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357회 작성일 2005-07-24 17:16

본문

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 구두닦이 청년이 있었다. 구두를 닦고는 있었지만 자기직업에 긍지를 느끼며 언제나 밝은 얼굴로 열심이 사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내가 누구보다 그와 가까웠던 것은 그의 집이 나와 가까운 상도동 산동네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출퇴근 때 버스도 가끔 같이 타기도 했고 틈이 나면 찾아와 인사말을 나누기도 했다.

어느 봄날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려고 버스를 타려는데 그 청년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 뒤 따랐다. 이수교를 지나 동작동 국립묘지를 지날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그의 표정은 왠지 상당히 굳어 있었다. 과천에서부터 물끄러미 창밖의 정경만을 훑어보던 그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저...... 저...... 다음 일요일 날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는 흐르는 한강 물과 나의 표정을 번갈아 보았다. 즐거워야할 경사인데 왜 그리 웃음기가 없는지?
“아! 그래요. 그거 정말 축하할 일이네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그에게 시집오겠다는 여자가 있다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텐데…….
차는 계속 달려 중앙대 앞에 이르자 흑석동 강변 언덕배기에 아카시아 꽃이 자옥이 피었다. 맑은 향기가 고즈넉이 스며든다.
“아카시아 향기가 좋죠. 좋은 때에 결혼합니다.”
여전히 수심이 가득한 듯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선생님!  저 실례되는 일 같지만 이번 결혼식에 참석해 주실 수 없습니까?
“……”
“저는 결혼식이 두렵습니다. 직업이 이러다보니 축하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자더러 그냥 식 없이 동거하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한사코 반대하는 겁니다. 손님이 없으면 단 둘이라도 올리자는 거예요."
 모처럼 속에 있는 말을 하는 듯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느닷없는 제안에 나는 엉겁결에 
“네. 네. 그러죠.” 
라고 대답하여 참석을 약속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러려고 그러진 않았는데……. 제 요청을 들어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청첩장을 받은 나는 별 생각 없이 호주머니에 넣었다. 나보다 먼저 내린 그의 발걸음 무척 가벼워 보였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세탁을 위해 호주머니를 뒤지던 아내가 막 출근하려는 나를 불렀다.
“여보 이게 무슨 청첩장이에요?”
나는 그 순간 무엇에 얻어맞은 것 마냥 머리가 띵해졌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아무리 망각이라 하지만 이렇게 철저히 가려질수도 있단 말인가?”
그의 심각했던 얼굴이 선명히 그려졌다. 무엇이라 변명하지.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관리인에게 그의 소재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결혼 직후 바로 직장을 그만 두었다는 것. 아쉬움과 자책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올해도 아카시아 꽃이 필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그 향기 속에 나는 그때의 무책임한 처사를 번민하며 또 몇 날을 지내야 될 것 같다.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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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양남하님의 댓글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흔한 일에 속한다고 해야되겠지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깜빡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더 묘미가 있기도 하고요. 저는 청첩장을 받으면 몇 군데 표시를 해둡니다. 그래도 깜빡할 때가 가끔 있거든요.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비슷한 경험을 저도 해 본 적이 있지요.
아마 그 결혼 당사자는 아마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심하게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 순간 섭섭한 마음을 가졌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실수로 인해 정작 피해자가 되는 것은 내 자신이더라구요. 미안감으로 내가 더 아프니까요.
아카시아 꽃이 필 때마다 자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한작가님이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카시아 향기를 맡을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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