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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슬픈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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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321회 작성일 2005-11-30 19:04

본문

도심의 슬픈 얼굴 / 고은영


오후, 검은 어둠에 휩싸인 하늘이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고
한 맺힌 빗줄기를 쏟아 내면서
거리에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노상에서 행복을 줍던 그들이
빗줄기와 천둥에 놀라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동안
유심히 보니 그들의 가슴은 저마다
따스한 불빛에 잘 익은 사과처럼 윤기가 흐른다
그들은 사랑이 현존하는 거리에 산다

그들의 돌아가는 따스한 곳과
정 반대 방향을 향해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는 어떤 영혼은 휴머니즘에 욕심 하다
흔들리는 가상의 바다에서 침몰하는 중이다
모든 행복의 척도는 사람 안에 살아가므로
그도 이제 침묵할 차례이다

찢어진 우산 사이로 천둥소리가
초점 없는 눈동자로 와 부딪치며
생각의 모든 문이 찰나적으로 닫혔다
초라한 포장마차에 나이 어린
남학생 서넛이 입고 있는 검은 제복이
겨울에 세상을 떠난 어떤 슬픈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하듯 엄숙하게 을씨년스럽다

그는 늘 혼자 거리를 걷는다
이분법으로도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울분을 넘어선 서글픈 감정은
날마다 행복의 만선을 꿈꾸던 검은 발아래
후 두둑 빗줄기로 스쳐 지나간다
온통 더러운 소음으로 가득 한세상

절망하던 가을도
이젠 꼬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먹빛의 담채화처럼 세상은
미로의 후미진 곳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겨울은 또 다른 빛깔로 그를 죽일지도 모르는데
도심의 얼굴은 왜 이토록 슬픈 것인가



Praha / The Pain Of Parting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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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겨울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거리의 낙엽들도 낯선 곳에 내려앉아 불안한지
이리 저리 방황하며 쓸리다
조용히 땅 속으로 녹아 내려갑니다. ^*^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침울한 거리와 삶들이 살아가는 도심의 애환
그렇게 먹빛 드리운 겨울이 아니었으면...
가슴 아리며 글을 읽습니다.오늘은 함박눈이 아침에 내리더니 이내 감추었습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네요.  겨울은  또다른  빛갈로  그를  죽일지도.
아니  나까지도  죽일런지도.....
회색의 하늘과  회색의 도시는  늘  아편처럼  마음을 좀먹고.
도시인을  포장마차로  인도  하지요.ㅎㅎㅎ    머물다  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 포장마차 주변의 서정...
어둠이 내리는 거리에 바람이 불고
지다만 낙엽이 한 두 잎 떨어져 길 바닥을 훑고...
역시 겨울은 슬픔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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