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낙엽의 마지막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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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262회 작성일 2007-10-31 11:36본문
이 월란
푸르게 푸르게 붙들고 살았습니다 주신 운명의 가지를, 주신 인연에 흔들리며
수많은 잎들도 나처럼 그렇게 살더군요
수많은 나무들도 그렇게 줄지어 뿌리내리더군요
이름모를 사람들이 무수히도 나를 스쳐지나 갔습니다
첨탑의 쇠종소리 더불어 부서져 흩어지는 계절, 때가 왔답니다
무반주의 아리아가 나를 부릅니다 이별을 날자고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누군들 뜨겁게 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이제 돌아가렵니다, 떠나온 곳으로, 나는 비로소 자유합니다
하늘은 두 손 모으고 거리는 일어서 고요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오색의 단풍은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복
수액이 말라버린 나의 몸은 지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희의 몸짓
세상은 숨죽여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람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흔들림의 삶에서 정착으로 가는 길, 바로 내 발밑에 있었습니다
돌아보지 않습니다 신열에 들뜬 지난 날의 흔들림을
폭설과 햇살과 비바람이 새겨준 내 아름다운 문신을 이제 허공에 새깁니다
나의 맨발이 닿을 저 싸늘한 대지는
품은 생명들이 마그마처럼 흘러내리는 뜨거운 활화의 땅
증발되어 버린 시간들이 허공에서 지도(地圖) 위로 찬란히 부서져 내립니다
나도 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의 첫무대랍니다, 가지 끝에서 지상까지
2007.10.30
댓글목록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항상 좋은 말씀으로 덧글 주시는 이월란 시인님!
멀리 미국에 계시지만 매일 뵙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빈여백이 좋아요. 여백이 너부 많아서 ㅎㅎㅎ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써 보여 주세요.
감사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기드문 이월란 시인님의 고백 같습니다.ㅎㅎ
깊이 들어와 있는 가을속에
우리 모두는 이파리들 울음을 인식하게 되는가 봅니다.
"이파리들의 침묵" 이 탄생한 연유 이기도 하지요.ㅎㅎㅎ
" 나도 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의 첫무대랍니다, 가지 끝에서 지상까지..... "
이왕 가는 길이라면 승리 해야 겠지요.
이월란 시인님, 꼭, 승리 하세요.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운명을 감수하고 이별의 노래를 부르면서
떨어지는낙엽들.....Alas[아 아 슬프다]
감사합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일부터 동지이군요.
이곳은 늦더위가 길어 단풍이 아직 완연하지 않습니다.
오늘 유타의 단풍 소식 듣고 2주일 후 경에 단풍의 지상으로
"첫 여행의 모습"을 보려 할까 합니다. 단풍같이 고운 글 즐감 하였습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지끝에서 지상까지
멋진 춤이군요 감상하고갑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기의 몸에서 털어내는 마지막의 아픔....
우리의 인생도 그 길을 가야만하는 허무함을 생각하다 갑니다..
이선돈님의 댓글
이선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지끝에서 하늘까지 그렇게 깨끗한 푸른잎으로 살다
마지막 온몸으로 한번 오색처럼 타오른 단풍되어
마른 풀 마지막 춤사위 끝나면 또다른 새순을 위해 이별을 노래하는 낙엽...
돌고 도는 낙엽도 흙위에 구르다 새순으로 다시 태어 날것 입니다.
시인님 첫시집 출판 늦어지만 축하하고 또 축하드립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곳은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찬바람이 고별을 불러오고 만남을 주선해주지만
낙엽만은 마지막 춤을 추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도 기억되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있습니다.
`고별, 낙엽의 마지막 춤`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