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221회 작성일 2008-03-16 14:17

본문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 월란



내 가슴 향해 조막손을 벌리던 꼬맹이 아들, 이제 다 커버려
내 머리 위에서 능글능글, 징글징글
밥숟가락 참새처럼 받아먹던 그 시절
집에 오면 한국말, 탁아소에선 영어
여물지도 못한 머리 굴려 겨우 말문이 트였을 때
큰 잘못 저지르고 회초리 든 엄마의 고함소리
<다신 안그러겠다고 대답해, 빨리 대답 안해?>
잔뜩 겁에 질린 두 눈을 요리조리 굴리다 겨우 내뱉은 말
<흑흑흑 “대답” 흑흑흑흑>

눈 내리던 겨울 밤, 모자도 입고, 양말도 입고, 신발도 입고
부자(父子)가 나란히 나가던, 뒤뚱거리는 모국어의 오리걸음을 보며
한국어를 엉터리로 하면 귀여운데 영어를 엉터리로 하면 왜 무식하게만 보였을까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뼛속까지 파고든 문화적 사대주의의 잔재였을까

이방의 땅으로 분재되어 운명의 디아스포라가 된 이민 1세들은 먹고 살기에 바빴고
1.5세들은 김치냄새 말끔히 씻어내고 혀를 잘 굴리는 것만이
원시적인 아이들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출구였을 터
예민했던 목숨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붙었다 떨어졌다 했을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말 안쓰고 살다가 마누라 잘만나 일취월장 한국어 실력이 오른
신혼 초의 그 남자, 평강공주 앞에 선 바보온달처럼
냉정한 대화에 길들여진 사람과 성급한 분노에 먼저 길들여진 사람과의
자못 심각했던, 처음으로 치러낸 부부싸움 도중
타임아웃을 요구하며 심각한 모습으로 문을 나서며 했던 말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전쟁 다음 날 아침, 화해의 신선한 무드를 유지하려
꽤병을 부리며 하는 말
<나, 몸통 났어>
<몸통이 뭔데?>
<왜 있잖아--유식한 척하며--두통, 복통, 치통..........몸통 말야>

나의 과거를 둘이서 작당을 하고 훔쳐선
똑같이 갈라먹었는지 지금은 키도, 목소리도 똑같아져 버린
나의 모습이 동공 속에 늘 거꾸로 박혀 있는
합법적인 한 쌍의 사랑호운* 나의 도적떼

                                                                                      2008-03-15


* 사랑홉다 : ‘사랑옵다’의 원말, 사랑스럽다
추천6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군의 한국어, 시를 잘 읽었습니다. 영어에, 통증이란 의미인 ache를 어미에 두는 것 때문에. 몸통이란 말을 하셨군요. 많이 웃었습니다.
부부애 휼륭합니다.

정유성님의 댓글

정유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호은 나의 도적떼...

시인님의 글을 읽고
아침부터 술목이 마릅니다.
아직 없는 그대 향한 목마름인지
아직 없는 나의 아가에 대한 목마름인지...

제 3의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에고...^^*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릿한 옛 기억의 아픔이 배어있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는 글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 시인님.
<바람 좀 쐬고 올게. 몸살>의 빛나는 표현 - 지금 생각해도 당시의 부군이 귀여우실것 같습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460건 8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80
꽃이 될래요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2007-04-16 0
179
노을 2 댓글+ 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2008-06-27 5
17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2008-07-01 5
177
그리움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7 2008-06-06 3
176
길손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6 2007-04-29 0
175
사진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6 2007-05-19 0
17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5 2007-09-14 0
173
격자무늬 선반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3 2008-05-28 4
172
휴거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2008-05-13 3
171
아모스 아모스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0 2008-07-20 1
17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2007-02-14 2
169
나의 사람아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2007-10-08 2
168
창 밖에 꽃이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2008-07-16 4
16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2008-06-23 4
166
폭풍의 언덕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2007-09-01 1
16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2007-05-04 1
164
가을 짐승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1 2007-08-29 0
163
가등(街燈)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2008-05-01 4
162
물 위에 뜬 잠 2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9 2008-04-11 7
16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7 2007-10-19 0
160
홍엽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7 2007-09-16 1
159
여든 여섯 해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6 2008-02-24 10
15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3 2007-03-31 0
157
사람, 꽃 핀다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2 2008-01-23 9
156
먼지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9 2007-11-25 8
15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2008-01-19 9
154
나의 집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2007-11-01 9
153
특강요청 댓글+ 1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6 2007-11-08 11
152
꽃처럼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5 2007-03-23 0
151
통성기도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5 2008-04-30 3
열람중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2 2008-03-16 6
149
그 섬에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2 2008-02-25 7
148
낭연(狼煙)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2007-03-25 0
147
왜 당신입니까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2007-11-02 11
14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4 2007-04-05 0
145
사랑의 방식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2007-03-24 0
14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2007-09-27 0
143
팥죽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2008-02-29 9
142
수평선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2007-04-03 0
141
사유(事由) 댓글+ 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 2007-04-11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