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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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257회 작성일 2008-06-06 15:07본문
그리움
이 월란
허물지 못한 기억의 집이 적막히 떠 있는
소도시의 흐미한 골목엔 언제나 아버지의 뒷모습
차려드린 적 없는 내 아픈 그리움, 언제 와 드시곤
아직 살아계시네, 걸어가시네
흑백 텔레비전의 하린 화질 속 주인공처럼
단정한 넥타이에 반고체 포마드로 넘긴 올백 머리
진한 햇살 냄새 뿌리며 나가시면
마침내 해가 뜨던 우리집
밤새 우릴 지켜 줄 별들을 한아름 안고 들어오시면
소반 가득 담아오신 세상을 한젓갈씩 받아 먹고
마침내 해가 지던 우리집
구부정한 허리에 뒷짐 지시고
일흔 해의 봄으로도 녹이지 못한 일흔 해의 잔설이
응달진 논배미같은 실루엣마다 희끗이 고여 있어
아! 저 분은 얼음조각상이야
뜨거운 입김이라도 닿으면 녹아버릴 외로운 입상
그 위에 폴짝 뛰어올라 그 따뜻한 목에 팔을 두르고
까칠한 턱수염에 입을 맞추면 녹아버리실지도 몰라
어느 한귀퉁이라도 녹아내리면 안되는
무흠한 조각상이셔야 했지
이젠 한줌의 해빙기로 하늘 품고 바다에 누우셨나
어느 번민 삭인 바다에 물억새처럼 뿌리 내리셨나
사계절 잊은 긴 모직코트 속에서 뒷모습으로 걸어가시면
홀연 해가 지는 골목길
진노을만 사는 기억의 집으로, 문패 마저 생소한 그 집으로
지금도 살아계시네, 걸어가시네
2008-06-05
이 월란
허물지 못한 기억의 집이 적막히 떠 있는
소도시의 흐미한 골목엔 언제나 아버지의 뒷모습
차려드린 적 없는 내 아픈 그리움, 언제 와 드시곤
아직 살아계시네, 걸어가시네
흑백 텔레비전의 하린 화질 속 주인공처럼
단정한 넥타이에 반고체 포마드로 넘긴 올백 머리
진한 햇살 냄새 뿌리며 나가시면
마침내 해가 뜨던 우리집
밤새 우릴 지켜 줄 별들을 한아름 안고 들어오시면
소반 가득 담아오신 세상을 한젓갈씩 받아 먹고
마침내 해가 지던 우리집
구부정한 허리에 뒷짐 지시고
일흔 해의 봄으로도 녹이지 못한 일흔 해의 잔설이
응달진 논배미같은 실루엣마다 희끗이 고여 있어
아! 저 분은 얼음조각상이야
뜨거운 입김이라도 닿으면 녹아버릴 외로운 입상
그 위에 폴짝 뛰어올라 그 따뜻한 목에 팔을 두르고
까칠한 턱수염에 입을 맞추면 녹아버리실지도 몰라
어느 한귀퉁이라도 녹아내리면 안되는
무흠한 조각상이셔야 했지
이젠 한줌의 해빙기로 하늘 품고 바다에 누우셨나
어느 번민 삭인 바다에 물억새처럼 뿌리 내리셨나
사계절 잊은 긴 모직코트 속에서 뒷모습으로 걸어가시면
홀연 해가 지는 골목길
진노을만 사는 기억의 집으로, 문패 마저 생소한 그 집으로
지금도 살아계시네, 걸어가시네
2008-06-05
추천3
댓글목록
김화순님의 댓글
김화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움이란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방문을하고
그대상 또한 남녀노소 구분없이 찾아오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저두 뭐가 그리 바쁜지 빈여백에 자주 들어오지도 못하네요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좋은작품 하시길요
오늘도 시인님의 글에 마음 한자락 살포시 내려놓고 갑니다.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자식이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하지만, 때론 잊고 지내는 것도 그 분들이 아닐까요...
시인 님의 애틋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저의 가슴에도 전해져 옵니다.
잘 뵈었습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애틋한 마음 저도 그러네요 머물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