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미리보기-빈여백동인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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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73회 작성일 2005-12-27 11:47본문
사는 일이 쓸쓸할 때
詩:박 란 경
가슴에 우물 하나 생겼다
깊어서 후미지고 밤에는 별빛
모실 가다 죄다 빠져들고
낮 엔 옅은 햇살을 보듬어 내린 죄로
때로는 말도 없이 시시로 들이대는
두레박 봇물 퍼붓기에
그저 다 내어 주어도
시원찮은 그런 일 종 종 있다.
모진 바람이 불어도 그렁거리는
파문만 일뿐 소리 한점 없는
그 깊은 속내는 그저
눈물만이 튀어 내릴 뿐
길어 내어 퍼내고도 이 달이 지고 나면
새로이 차고 깊은 골 후미진 곳
아무리 질러도 메아리 만 무성한
그 곳에는 멍 이끼 한 없이
피어 목구멍 까지 퍼렇게 부어 올랐다.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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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안개
시/ 백원기
큰 다릿발 아래 흐르는 강물
깊고 깊은 강물 속에
오순도순 집 짓고 사는 마을
유유히 흐르는 강 수면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내뿜는 입김처럼 하얗게
물결 따라 흘러 가네
모르긴 하지만
늘어진 살가죽에 굽은 등
투박한 손마디의 늙은이가
깊은 물속 이름 모를 산에 올라
갈퀴로 검불을 긁고
낫으로 잔가지를 베어
부엌 한 쪽에 쌓았다가
오늘 같이 추운 영하의 아침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짓고
건넛방에 군불을 지폈나 봐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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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자동차
시/오형록
밤새 비가 내리고
대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짙게 드리운 아침을 주파하며
호호 뜨거운 입김
지새운 헤드라이트
새로운 여명 아래
점점 총기를 잃어갈 때
바람의 정령(精靈)이
쏴 쏴 쏴 가슴을 흔든다
배가 고파
부르릉부르릉 끼익
눈앞에 펼쳐진 메뉴
그리움 앞에 멈춰 서니
속절없는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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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시/ 오한욱
느티나무에 붙어있는
고추잠자리
뭐 하는가 장난삼아
툭 건드려 보니
맑은 하늘에 그 작은 날개를
잠시 파닥거린 뒤
조용히 숨고르기하고 있다.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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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와 가난의 함수 관계
시/ 임혜원
허리 잘려진 겨울 산
그 붉은 속살 피 흘리더니
밤 사이 내린 하얀 눈으로 눈가림하였다
안으로 파고들 상처를 생각하니
문득 떠오르는 노천 시장 할머니
꼬질꼬질한 파란 보자기 머리에 두르고
나무 궤짝 위 파 몇 단, 마늘 한 움큼 놓고
시간 훨씬 지나 몰아 넣는 찬 밥덩이
언 손 녹이려던 모습 가슴에 밟힌다
시린 손 녹여줄 화덕 깨진 연탄 난로 하나 없이
손님 없는 애꿎은 시간만 흘렀겠다
파 헤쳐진 산, 늙어버린 몸뚱이
시도(試圖) 못할 회귀의 몸 부림
감정 없는 무분별한 파괴와 몸에 배인 가난은
함수 관계가 있는 것일까
혼란스런 생각의 교차로 저무는 날을 맞고 있다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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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시사문단
2005년 12월 20일
추천위원 황금찬 이수화 박해수
빈여백동인장 박기준 올림
빈여백동인 추천작은 한 달 동안 빈여백동인 www.mundan.co.kr 에서 올라운 작품게시물 중에서 심사위원님들에 의해 선정이 빈여백동인장님 박기준시인님이 직접 작품을 받아 추천을 하게되어 매월 지면에 발표 되고 있는 장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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