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수저 / 햇살 무작한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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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수저
이 월란
숟가락이나 젓가락이 하나씩 없어진다. 서랍을 뒤져도, 싱크대 아래를 뒤져도 없다. 오븐 옆 틈새에 빠져 있는 젓가락 하나를 보았다. 나머진 어디로 가버렸을까. 1년에 두 세 개쯤 없어지니 오늘 내일 표가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남은 것들로도 한 몇 년은 거뜬히 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 그 실한 것들이, 그 가볍지 않은 것들이 날개도 없이 잘도 사라진다. 슬며시, 슬며시 좀 먹는 우리네 생명줄처럼
햇살 무작한 날엔
이 월란
화씨 107도, 섭씨 41도
햇살 무작한 날엔
내 마음 간단히 도려내어 말리고 싶다
살균하고 싶다
36.5도의 어중간한 체온 속에
여유 없이 버성긴 잔살이들
해 아래 습한 바이러스들
비집고 둥지 튼 파리변물들
모조리 검색하여 소독해 버리고 싶다
엑스선보다도 긴 파장 아래
가시광선보다 짧은 넘보라살 사이로
행여 물기라도 걷어내어지면
오존의 푸른빛으로 물들여지면
눅눅한 마음도 보송보송 넉넉해질까
백토같이 표백된 마른 빨래처럼
손 다림질 정성들여 개켜 넣어질까
2007.7.13
이 월란
숟가락이나 젓가락이 하나씩 없어진다. 서랍을 뒤져도, 싱크대 아래를 뒤져도 없다. 오븐 옆 틈새에 빠져 있는 젓가락 하나를 보았다. 나머진 어디로 가버렸을까. 1년에 두 세 개쯤 없어지니 오늘 내일 표가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남은 것들로도 한 몇 년은 거뜬히 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 그 실한 것들이, 그 가볍지 않은 것들이 날개도 없이 잘도 사라진다. 슬며시, 슬며시 좀 먹는 우리네 생명줄처럼
햇살 무작한 날엔
이 월란
화씨 107도, 섭씨 41도
햇살 무작한 날엔
내 마음 간단히 도려내어 말리고 싶다
살균하고 싶다
36.5도의 어중간한 체온 속에
여유 없이 버성긴 잔살이들
해 아래 습한 바이러스들
비집고 둥지 튼 파리변물들
모조리 검색하여 소독해 버리고 싶다
엑스선보다도 긴 파장 아래
가시광선보다 짧은 넘보라살 사이로
행여 물기라도 걷어내어지면
오존의 푸른빛으로 물들여지면
눅눅한 마음도 보송보송 넉넉해질까
백토같이 표백된 마른 빨래처럼
손 다림질 정성들여 개켜 넣어질까
2007.7.13
추천5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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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글 뵙습니다
즐겁고 유익한 주말맞으세요
이곳은 태풍전야
목원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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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4호가 구주에 상륙
일로 오사카로 내 닫치나,
누리 만물의 영장인데 못 막고
배가 멈추고 날게 틀도 못 나른다네요.
우리 집 싱크대도 살피어 빠진 젓가락 찾아보렵니다.ㅎㅎㅎ
이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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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우리집의 날개 달린 수저들은 어디 가서 찾나요?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ㅎㅎㅎ~~~ ^^*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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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수저 날개 접고 식탁에 놓여 집니다.
햇살 가득한 날 마당가에 앉아 소꼽놀이 하는 아이들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즐겁고 유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미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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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달린 국자는
어디가서 찾나요?
설탕녹여 소다넣고
쪽자(부산에서만 쓰는말인지?)
참 많이도 해먹고 혼도 많이 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