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가방을 버리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621회 작성일 2011-08-08 19:53

본문

<가방을 버리며>
 
                                            김혜련
 
십이 년 동안 내 어깨를 독차지하던
가짜 명품 가방을 내다 버리는 밤 열시
하필 죽일 놈의 비가 내린다.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
비굴한 표정으로
아니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헌옷 수거함에 가방을 집어넣는다
이곳에 넣는 것이 맞는지
끝내 확신도 못하면서
실수로 생긴 아이를 내다버리는
철부지 어미 심정으로 버리고
줄행랑을 친다.
내게 버림 받은 가방이
헌옷 수거함이라는 조직 사회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미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내 가슴에는 얼음 막대기 같은
바늘 침이 박힌다.
새 것도 내다버리는 흥청망청한 시대에
자그마치 십이 년 동안
내 어깨를 점유했던
다 낡아빠진 그것을
버리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십이 년 동안
나는 학교를 세 군데나 옮겼고
아들 녀석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다 새겨진
그것을 몰래 내다버리는 나는
죄를 짓는 것만 같아
자꾸만 1층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홀로 탄 엘리베이터에서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중얼거린다
이것은 내가 너를 버리는 게 아니라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새 길을 열어 주는 거야
듣자 하니 캄보디아나 베트남으로 수출되어
그곳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지 않니.
나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나도 이제 새 가방이 하나
필요할 뿐이야.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라동수님의 댓글

라동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버려야하는 섭섭함 뒤에도 뿌듯한 그 무엇이 있군요.
비장한 결단. 잘 잘 잘하셨다고 말하고 싶네요.
내가 좋아하는 청국장같은 글에 빠졌다 갑니다.건필 하소서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동수 님, 수중한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보기엔 초라한 것에 불과하지만 제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단순한 사물이 나닌 저의 분신 같아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조현희님의 댓글

조현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낡고 손때묻은 그것이 저희집 장롱에도 잠자고 있지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일년이 지나도 꺼내지 않는 것
이제는 저도 서서히  정리를 할까 합니다.

변정임님의 댓글

변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정들은 가방을 버리면서 비장한 표정이 더 가슴에 남습니다.
추억을 함께한 그 주인공도 선생님을 싸늘하게 외면을 하였을테니까요.
속마음은 그것이 아니면서요.
고맙습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31건 21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20631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1 2008-04-12 11
20630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0 2005-05-13 3
20629 이정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0 2005-08-01 31
20628
건망증 댓글+ 3
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0 2008-08-05 4
20627 no_profile 편집부-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0 2013-03-23 0
20626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9 2012-11-23 0
20625 박효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8 2011-12-13 0
20624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8 2012-03-21 0
20623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7 2011-04-21 0
20622 no_profile 편집부-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6 2008-02-13 14
20621 김찬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5 2005-05-05 5
20620
생명예찬 댓글+ 6
김철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4 2011-08-24 0
20619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3 2006-10-23 2
20618 김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2 2005-03-24 3
20617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2 2005-04-06 7
20616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2 2008-01-21 2
20615
동백(시조) 댓글+ 9
조용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1 2008-03-12 9
20614 김화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1 2008-09-03 6
20613
천 년 바위 댓글+ 7
김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9 2005-05-27 4
20612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8 2005-03-07 5
20611 no_profile 양남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8 2005-03-28 8
20610 오세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8 2012-01-16 0
20609 no_profile 편집부-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6 2015-07-02 0
20608 안재동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625 2005-06-30 6
20607 김화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5 2009-06-10 2
20606 장정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4 2011-11-21 0
20605 no_profile 빈여백파노라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3 2005-09-28 2
20604 김화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3 2008-12-17 8
20603 문정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2 2008-08-25 9
열람중
가방을 버리며 댓글+ 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2 2011-08-08 0
20601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1 2005-05-11 4
20600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1 2008-06-30 28
20599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0 2005-10-13 2
20598 박영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9 2005-05-13 3
20597 지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9 2007-08-18 2
20596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9 2018-09-01 0
20595 현항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7 2011-05-30 1
20594 조현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7 2021-04-29 1
20593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6 2006-10-31 2
20592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6 2007-05-06 2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