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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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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737회 작성일 2014-11-1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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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이유 / 김혜련
 
   유아기 때부터 나는 눈물 흘리는 일에 몹시 인색했다 한다. 일명 울 줄 모르는 아이로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부잣집 막내딸인 어머니는 가난한 농촌 마을 장남한테 시집온 지 만 4년이 넘도록 아이를 낳지 못했다. 할머니는 김 씨 문중의 대가 끊어지겠다며 어머니를 구박하고 모진 시집살이를 시켰다. 자식새끼도 못 낳는 주제에 밥이나 축낸다며 밥그릇은 물론 밥숟가락까지 빼앗기 일쑤였다.
   고된 시집살이와 모진 구박 속에서 결혼 4년 만에 얻은 자식이 바로 나였다. 그때부터 할머니의 구박은 더 심해졌고 어머니는 그로부터 3년 후 남동생을 낳을 때까지 속울음으로 살아야 했다.
   “가시내 새끼 셋은 나야 머시매 날끼다. 나 거트먼 미안혀서 미역국이 목구녕에 안 넘어가것그만 잘도 쳐묵네.”
   할머니는 나를 낳아 놓고 미역국을 먹는 어머니가 보기 싫었던지 미역국이 반쯤 남은 국그릇을 빼앗아 가버렸다.
   산후 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몸 푼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농사일을 해야 했던 어머니. 꽁보리밥 한 술 찬밥에 말아먹고 하루 종일 콩밭, 무밭, 목화밭을 맸던 어머니. 그때 어머니 소원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제발 갓난쟁이인 내가 많이 울어줘서 젖을 먹인다는 핑계로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 그것 한 가지였다 한다. 오죽이나 힘들었으면 내가 울어주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을까.
   그런데 어찌된 아기가 아침 일찍 젖 한 번 먹여 놓으면 하루 종일 울지도 않고 잠만 자는 것이 아닌가. 젖몸살이 나서 고생할 정도가 되어도 아이는 젖 달라고 보채는 법 없이 잠만 잤다 한다.
   “그땐 니가 얼매나 야속혔는지 니는 모를꺼다. 고생이라곤 모르고 자란 내가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하루 죙일 농사일 허고 부엌일 허고 증말 사는 것이 아니었당깨. 지금 생각혀도 징글징글허다. 징글 몸써리가 나야. 니라도 울어 주먼 젖 멕인다는 핑계로 좀 쉴 수도 있을 턴디 니는 징허게 울덜 않드라. 밭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믄 니는 오줌이 머리 꼭대기꺼정 흥건허게 되어 있어도 쌔근쌔근 잠만 자고 있드라. 그땐 니가 징허게 밉드라. 남편 복 읍는 년은 자식 복도 읍는갑다 싶어 죄읍는 니를 한 구탱이 쥐어박아 울려 버릴까 그런 생각꺼정 헌 적 있당깨.”
    어머니는 정수리에 새치가 고향집 뒷산 억새풀처럼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젖은 목소리로 말을 잇곤 했다.
   “할머니 안 보실 때 나 때려서 울리지 그랬어? 그랬으면 엄마는 좀 쉴 수 있었을 테고 나는 최악의 음치는 안 되었을 거 아냐? 어렸을 때 많이 울어야 노래를 잘 부른다잖아.”
   나는 애써 철부지 딸처럼 싱거운 소리를 해본다. 그때 난 왜 울지 않아서 어머니를 더 힘들게 했을까? 또래 아기들처럼 울어댔다면 어머니는 징글징글한 세상이라 다시는 기억하기도 싫다고 하시지는 않았을 텐데.
   생각해 보면 울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인지도 모른다. 한바탕 눈물을 펑펑 흘리고 나면 얼마나 개운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는 울지 않는 아이라는 주문에 걸려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우는 일이 없었다. 슬픈 일이 있어도 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참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그것이 정녕 고통이었음에도 울지 않았다. 그게 나였으니까.
   그러던 내가 지천명의 입구에 서 있는 요즘엔 무서운 주문이 풀리기라도 한 듯 판에 박힌 드라마 한 장면을 보고도 안경이 뿌옇게 되도록 눈물을 쏟아낸다. 드라마 속에서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만 봐도 눈물이 주책없이 흐르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외로운 병상에서 홀로 죽어가는 것만 봐도 한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렇다면 이것은 신이 뒤늦게 나에게 내린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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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no_profile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두운 골방에서 등굽은 새우가 되어 본사람은 알지요
눈물이 주는 생의 의미를

태어날때 부터 울음을 먼저 가르켜주셨는지를
늑골이 아프도록 참고 참았다 둑터지듯 흘러내려 본 사람은
눈물의 깊이를 압니다

눈물이 그토록 짠지를
내속에 얼마나 소금같은 쓴맛과 짠맛이 녹여 있는지를
고해속에서 태어난 한 미물임을 비로소  깨달아 갑니다
(울지 않는 이유) 이른 새벽 조용한 울음앞에 머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 태어날때 아이가 우는 것은
세상의 악함을 보고 놀라 우는 것이라고 했지요
그간 울음을 참았다는 것은 악한 세상에 마치 도전장을 내밀고
삶의 고해와 억압을 참았다는 뜻도 있을 것입니다
지천명... 하늘의 뜻을 알아가는 이때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바라보면서 비로서 참았던 눈물 쏟아내는 것이
아니올련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어머니의 입에서 털어내는 이말 또한 가슴 메이게 하며
애잔한 마음 가득 안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경숙 님, 김석범 님,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들의 댓글은 그냥 단순한 댓글이 아니라 한 편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었습니다. 제가 글을 올릴 때마다 제일 먼저 오셔서 이렇게 댓글 달아주시니 저로선 그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생깁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어와 뵙습니다.

자주 뵙지 못함
제 불찰이지만 와서 뵈오면
푸근함도 있으니..

너누 늦지않게 와서 뵙겠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근 님, 반갑습니다. 바쁘다보니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김없이 연말이 돌아왔군요. 건강하게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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