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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의 무인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643회 작성일 2005-11-02 09:52

본문

계집애의 무인도 / 고은영


땀이 삐칠 거렸다.
꽃 고무신 속살마다 미끄러지듯
햇살은 불로 달군 빈곤과 더위를 먹어라 먹어라했다.
염통처럼 숨만 붙은 조고만 계집애 눈이 커졌다.

집채만 한 소도 기회만 닿으면 계집애를 우습게 봤다.
순종 하다 앞발 한번 움직이면 미물인 소가
계집애를 맥없이 끌고 다니기 일쑤였다.
계집애는 그럴 때마다 후줄근하게 식은땀으로 목간을 했다.
빌어먹을 시간마다 계집에는 중얼거렸다.
" 나쁜 년, 나쁜 년……."
눈물이 찔끔찔끔 볼을 타고 흘렀다.

계집애는 소 물 먹이는 날이면
거지같은 황소의 카리스마가 정말이지 끔찍하게 두려웠다.
그 여름이 징그럽고 물 귀한 마을에
출생의 이력은 아무데나 풀어 놓는 게 아니었다.
어쩌다가 계집애는 별 볼일 없는 가난뱅이
그 많은 식구 가운데 태어났음을 천 번만 번 후회했다.

바다에선 늘 해녀들이 한 많은 심장으로 노랠 불렀다.
" 어떤 년은 복도 좋아 고대광실 높은 집에 흰 쌀밥 먹고 오오~"
계집에 언니는 뒷짐지고 늘 관망 하는 구경꾼이었다.
광대놀이도 지나치면 죽을 만큼 허기진 뱃살
가죽은 창자에 붙고 뽀얀 흑 먼지 사이로 활동사진 같은
초라한 버스가 경적을 울리며 비포장 도로를 지나갔다.

계집애는 그 섬에서 날마다 난파당했다.
조난당한 여름 무인도엔 천지가 암벽처럼 둘러진
수평선도 막막하고 지나가는 범선 한 척을 볼 수 없었다.
절망이 그렁그렁 온 섬을 휘청거렸다.
대낮에도 용 당 벌판은 죽은 용들이
귀신이 되어 바람에 까불려졌다.

부잣집 귀한 외동딸로나 태어날 것이지.
비쩍 마른 뼈마디로 저녁나절 안개가 피면
계집애 가슴에선 부싯돌이 불꽃을 피우고
상념을 넘은 밤마다 모락모락
풍선처럼 검은 꿈이 부풀어 올랐다.

Bill Douglas /Forest Hy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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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은영 시인님의 어릴 적 자라나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있군요.
한 폭의 수채화처럼... ^^

'계집애는 그 섬에서 날마다 난파당했다.
조난당한 여름 무인도엔 천지가 암벽처럼 둘러진
수평선도 막막하고 지나가는 범선 한 척을 볼 수 없었다.
절망이 그렁그렁  온 섬을 휘청거렸다.
대낮에도 용 당 벌판은 죽은 용들이
귀신이 되어 바람에 까불려졌다.'

그렇지요.
너무 아름다운 성산포,
지나친 아름다움은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특히나 가난한 살림에 형제는 많아
항상 배가 고픈 고 계집애는
성산 일출봉이,
그 삐쩍 말라 뼈만 남은 일출봉이
죽은 용들이 귀신이 되어 휘저어 다니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보였겠지요.

어떤 정신나간 시인이
일출봉의 아름다움을 찬탄하여 온갖 미사여구 다 동원하여 노래하면,
"저런 미친 넘을 보았나, 무슨 개뚱딴지 같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그 것을 쓰시지요.
성산 일출봉의 빛, 그리고 그림자를... ^.~**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적 초가지붕 위에 누렇게 익은 호박을 보며, 그 탐스러움에 울었든 기억이 있습니다.
어스름 해 지면 꼴을 한짐 베고 내려오면서 호박 같은 노을 색에 울었든 기억도 있습니다.
탐스러움이 왜 그렇게 슬프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모를일입니다
좋은 글 앞에 머물다 갑니다.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글을 보니..
중학교때까지 소먹이던 생각이 나네요.
고은영 선생님의 추억이 제꺼랑 비슷해요.^^
추억에 잠기다 갑니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고은영 선생님 정말 만나뵈어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시집 시간나는대로 천천히 읽고 있어요.
그림과 글이 너무 멋져요.
그날 작은 아이가 선생님 귀한 옷에 콜라를...정말 죄송했습니다.
선생님의 제주도 어린시절을 보는 듯 합니다,
늘 건강하셔요..................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마도 초등학교 일이 학년쯤
또 그 여름은 얼마나 뜨거웠든지….
언니는 저랑 소 물 먹이러 갈 때는
내게만 소고삐를 맡기곤 했지요.
그때는 언니가 참으로 원망스러웠지요.
소는 나만 보면 만만해서 기다렸다는 듯 도망치더라고요.
그 소를 붙들려고 달려갈 때면 코고무신 땀에 절어
미끈거리던 유년, 참 암울했지요.
꿈꿀 수 없던 제게는 무인도였습니다.
고운 댓글들 감사합니다.
허순임 시인님
ㅎㅎㅎ
걱정하지 마세요. 드라이 맡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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