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똥

여물 잘먹고 싸놓은 똥덩어리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수십 번

김장배추 추려내고 버려둔 무녀리

산밭에서 노랗고 파랗게 피어난다

봄이 툭하고 떨어진다

우수도 지나 경칩이 눈앞이다

아직 골짜기엔 얼음이 촘촘하다

잔설에 덮혀있는 파란잎은

겨울을 이겨낸 전설처럼 싱싱하다

상큼한 겉절이가 입맛을 다신다

똥은 밥이다

지짐처럼 뜨뜻하다

말라붙은 추운 비늘을 털어내며

봄은 똥을 싸놓고

멀리서 향기를 풍긴다

춘궁기를 이겨내는 비타민이다

코끝을 간지르는 봄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