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

봄은 졸졸졸 소리내며 시냇물로 온다

풀꽃 사이를 두리번거리며

언덕길을 내려와 손을 흔든다

깜깜한 어둠속에 같히어

한 방울의 물로 혀 끝 적시려고

뿌리는 할머니처럼 손바닥이 부르튼다

나무 꼭대기 어린잎을 깨우며

봄이 왔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시냇물을 끌어 올린다

온몸 보대끼며 피부를 적시고

가지 끝까지 온몸으로 적시며

봄은 뿌리로 온다

온몸 젖혀가며 소리지르고

두팔 벌려 바람 싸안고

부르터서 피흘리는 혓바닥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