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시장 수선집

남부시장 골목에

단골 수선집이 있다

청바지를 줄이고

옷 소매를 꿰매주는 작은 수선집

옷가지며 천이며 실패가 널부러진 작은 공간에

떡 버티고 있는 재봉틀 한 대

중학교를 졸업하고 시골에서 올라와

결혼을 하고

6남매를 키우고

대학을 보내며

아팠던 마음까지 꿰매줬던 재봉틀

단골 아줌마 수다도 들어주며

아내와 싸우고 나온 아저씨 상처도 꿰매주며

일감 쌓이면 날밤을 꿰매고

한여름 땀방울도 꿰매며 살아온 세월

상처난 자존심도 꿰매고

전주천 따라 흐르던 눈물도 꿰매며

여기저기 터져버린 인생도 꿰매며

한 땀 한 땀 수없이 박고 박던

낡은 재봉틀

관절도 삐걱거리고

손 마디도 울툭불툭

주인을 닮은 재봉틀

오늘도 쉬지 않고 드르륵

드르륵 털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