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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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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현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93회 작성일 2018-05-16 16:19

본문

   

  슬픔에게

 

 

 

                    조 현 동

 

 

 

한이 소리가 되고 춤이 되고

넋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너와 한평생 동무되고

친구 되어 살아갈 만도 하련만

삵같이 애간장 다 녹이는

쓰라린 아픔만 주고서 가는지라

철천지 웬수로 여길밖에

 

한 오십 고개쯤 넘어서면

구름도 섧고 달도 섧고

어여쁜 꽃조차도 서러워지는 지라서

막막한 한숨만 터져 나오던 삶들이

절로 창이 되고 타령이 되고

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되어

곱새춤 들썩여가면서 왁자해 지지만

 

그래도 슬픔아!

이 철천지 웬수 같은 놈아!

니 놈 땜시 가슴이 아파서

더는 못살겠다 이놈아!

 

한여름 장마에도 쓸려나지 않고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얼어 죽지 않을

땡고추보다도 더 맵고

고래 심줄보다도 더 질긴

이 모진 놈의 슬픔아!

 

북망산천 가는 길에는

노잣돈이나 담뿍 얹어서 주려마

얼싸 좋아라 어깨춤 추면서

아리랑 고갤랑 훌쩍 넘어서 가버릴테니

이 망할 놈의 슬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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