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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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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605회 작성일 2019-10-22 20:02

본문

좋은 걸 어떡해

 

김혜련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끄트머리, 나는 순천만국가정원 억새 길을 걷고 있다. 오후 6시 무렵 노을이 지는 하늘 속으로 스카이큐브 하늘 택시 몇 대가 유유히 달리고 있다. 잘 다듬어진 현대 한국화 한 폭을 감상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 순천만국가정원이 있어 가장 행복한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을 번쩍 들 것이다. 바로 나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있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코앞에 위치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십 년 이상 순천 금당지구에서 정 붙이며 살다가 2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정든 곳을 떠난다는 게 못내 아쉬워 참으로 많이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뭔가를 저지르듯이 감행한 이사였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이곳으로 이사한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이상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청춘도 에너지도 모두 쏟아내 버린 내 몸과 마음을 다독여 줄 이른바 힐링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순천만국가정원은 방전 될 대로 방전된 심신이 성치 않은 나를 새롭게 충전해준 명의 중의 명의이다. 아아! 탁월한 선택.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주중에는 학교 출근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꿈속에서도 순천만국가정원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알람 소리만큼 익숙하다. 일주일 동안 쌓인 온갖 마음의 독소와 스트레스를 날려 줄 순천만국가정원의 넓은 가슴이 나를 기다리는 것만 같아 주말 아침이면 마음이 바빠진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사계절이 분명하다. 봄이면 복수초, 산수유, 매화를 시작으로 진달래꽃, 튤립, 유채꽃, 벚꽃, 라벤더, 수선화, 모란, 작약, 철쭉 등이 앞 다투어 피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꽃 잔치가 펼쳐진다. 특히 원색의 다양한 물결을 만들어 내는 튤립은 봄날의 화려함을 온몸으로 뿜어낸다. 단아한 꽃대와 결점 하나 없는 화려한 꽃잎은 곱게 단장한 미인처럼 아름답다. 또한 흩날리는 벚꽃잎 속으로 빨려 들어가 듯 펼쳐진 벚꽃 길은 봄의 화사함과 삶의 무상함을 적절히 버무려서 선물해 준다. 벚꽃 길을 걷는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만 봐도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연인 없이 홀로 걷는 나는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다. 떨어지는 벚꽃 잎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눈부신 봄날에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봄꽃이 자취를 감추기 무섭게 어느새 찾아 온 여름 꽃과 우거진 녹음은 더운 여름을 열정과 시원함으로 장식한다. 장미, 금계국, 접시꽃, 맨드라미, 다알리아, 샐비어, 칸나, 목백일홍, 수국, 금잔화, 원추리꽃, 백합, 메리골드, 해바라기, 무궁화, 연꽃, 메밀꽃 등 정말 그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숨이 탁탁 막히는 땡볕에도 싱그럽게 피어나는 여름 꽃을 통해 열정을 배우고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녹음 아래 쉼터는 한낮의 폭염마저 시원하게 식혀 준다. 거기다 포도와 배가 익어가는 달큰한 향기는 마음 속 당 충전제가 되어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름의 맹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가을은 온다. 코스모스, 꽃무릇, 국화, 억새, 핑크뮬리, 천일홍, 금목서, 은목서, 구절초, 아스타, 블루세이지, 피라칸타, 부용화, 쑥부쟁이꽃 등 꽃 천국이다. 어쩌면 봄날보다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넘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줍은 소녀의 발그레한 볼 같은 핑크뮬리 속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먼저 풍요로워진다. 가을이 저물어가는 11월쯤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나무도감원과 도시숲의 울긋불긋한 단풍과 은행나무숲길의 노란 단풍은 떠나는 가을을 붙잡아 오래오래 매어두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잎사귀를 모두 떠나보내고 알몸으로 서 있는 나무들이 쓸쓸하고도 따스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겨울은 유난히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다른 계절보다 관광객이 적은 겨울이 나는 오히려 더 행복하다. 화려하게 핀 꽃은 없지만 겉으로는 앙상해 보여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내공을 키우고 있는 많은 나무들을 보며 내 삶을 반추해 보고 자연과 인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세콰이어 숲 속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겨울 아침 공기를 들이켜 보라. 그러면 누군가는 분명 순천만국가정원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주말 아침 동이 트자마자 나는 순천만국가정원으로 달려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것은 분명 사랑이다. 먼 훗날 퇴직하면 순천만국가정원에 날이면 날마다 출근도장을 찍으리라. 아름다운 꽃과 아름드리나무들과 새, 나비, , 벌레조차 내 친구로 만들고 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며 오늘도 나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누구보다 행복하다.


   순천만국가정원, 그대가 마냥 좋은 걸 어떡해.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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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윤호님의 댓글

no_profile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 매임 없는 사랑이야 말로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듯합니다.
행복은 우리를 찾아 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찾아 가는 삶의 지혜임을
생각하게 되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 기대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윤호 시인님, 반갑습니다. 가을이 많이 깊어지고 있네요. 저는 정말 순천만국가정원이 있어 행복합니다. 지치고 힘든 저를 다독여 주고 위로해주거든요.

정윤호님의 댓글

no_profile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가고 싶어지는 곳이군요.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 곳인 듯합니다.
마음을 풀어 놓을 곳이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비밀 정원 같아서 걸음이
더욱 깊어지는 행복이겠습니다. 
저는 오늘 지리산 내대리 수양관을 다녀왔습니다. 변화하는 숲의 모습과
계곡의 물소리, 둘러선 고로쇠 나무, 잣나무의 표정을 담고왔씁니다.
삶이 조금은 그윽해 지는 듯합니다.
시인님의 서정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윤호 시인님, 지리산 아주 좋은 곳이죠.
 지리산 역시 사계절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여 아름답죠.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면 인간의
옹졸함과 어리석음을 재발견하게 되고 자연의 광활함에
감탄하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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