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뒷모습을 바라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920회 작성일 2019-11-12 21:44

본문

뒷모습을 바라보다


                              조소영

1
머리카락이 풀썩되고 옷깃은 겨울 풀같이 힘이 없다
지친 듯 축 처진 어깨에 매달려 있던
묵힌 삶, 가슴까지 닿아 보풀로 일어선다

숱한 날 길을 잃고
가시덤불 속에서 가시를 만지며 살고
벼랑 끝에서 만난 반딧불이 그 빛 따라 살아온 날들
살면서 꽃 피는 날만 있지 않고
겨울이 없지 않았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
모든 꽃이 시들고 겨울이 지나야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박힌 가시 아리게 뽑아 
고통의 혼이 꽃불 피는 밤,
영혼을 깨워 옛 고향집 정지에서 저녁밥을 짓고
부뚜막의 따뜻함을 타고
내 몸 혈관 구석구석 빛을 발하는 시는
물고기가 되어 헤집고 다닌다

 2                     
내 엄마의 엄마가 그랬듯이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어 먹을 양식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장아찌, 효소, 식초
잘 변치 않는 음식들을 곁에 두고
다소 서툴더라도
다소 느리더라도
다소 거칠더라도
다소 투박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사람 냄새나는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익어 가고 싶어라

환희로 넘치는 그날
영혼의 고향에 문 열고 들어서면 꽃이 반기고
장대 하늘 높이 드리운 빨랫줄엔
식구의 노고가 뽀얗게 햇살 받아 펄럭이는
사랑이 숨 쉬는 엄마의 정갈한 장독대
목련꽃 그리움이 하나둘 떨어지는 건너방 뒤란에서
기쁨의 눈물 흘리고 싶어라

바라건대, 가지는 흔들릴지라도
상처는 뿌리를 뻗어 침묵 속 꽃 피우려니
사막에게 가슴을 내어준 모래처럼 바람처럼 꽃처럼
부서짐이 때로 얼마나 작은가
사막에서 걷는 뒷걸음질 또한
고독한 낙타에게는 위로가 되려니

깊숙이 옷걸이에 걸려있는 반백을 넘긴 생,
세상을 향해 곱진 뒷모습을 일으키며
옷장 밖으로 나온다
추천3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153건 1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53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6 2019-11-11 2
152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7 2019-12-13 2
151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4 2020-01-11 2
150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5 2020-08-15 2
149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1 2019-12-13 2
148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2021-03-01 1
147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2019-12-13 2
146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1 2020-09-15 2
145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5 2019-11-11 2
144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0 2019-10-14 3
143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8 2021-03-01 1
142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3 2019-09-23 3
141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2019-11-14 2
140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2019-10-14 3
139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2 2020-01-04 2
138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8 2019-12-19 2
137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3 2020-03-19 1
136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2019-09-23 4
135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2020-02-25 3
134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6 2019-10-04 2
133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2019-12-09 2
132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4 2019-08-25 5
131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1 2019-11-05 2
130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4 2019-11-05 2
129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9 2019-10-21 2
128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8 2019-12-19 2
127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3 2020-11-24 1
126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1 2020-01-01 2
125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2020-01-11 1
124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2 2019-10-11 2
123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8 2020-01-04 2
열람중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 2019-11-12 3
121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4 2020-03-19 1
120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2 2020-03-19 2
119
바닷가 단상2 댓글+ 3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1 2019-08-21 5
118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8 2020-05-01 1
117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3 2019-11-26 2
116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2 2020-01-01 2
115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8 2020-01-01 2
114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1 2019-08-30 5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