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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강경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790회 작성일 2020-09-03 08:34

본문

이방인 태풍 마이삭의 입국으로 또다시

반도에 비가 내린다 이젠 소나기에도
지난여름 강의 범람이 묘비처럼 일어나 두려움이 인다
빗방울은 망설임없이 곧장 떨어져 대지를
두드려 댄다 열어야만 하는 커다란 문이다
간절하게 끊임없는 지탁地鐸 소리에 마음이
흔들린 대지는 문을 열 수 밖에 없겠다 그러면,

그렇게 되면
지하어둠에 묶여있던 떡잎같은 면면들
우루루루
뛰쳐나올 것이다 그 인파 속에서
오일장을 본 후 장보따리를 머리에 인 채
종종걸음으로 피어오르는 젊은 엄마를,
복사꽃 젖내음 가득한 가슴에 얼굴 부비며
소리내어 울어볼 수 있겠다

얼마 후 많던 비가 잦아들었다
연료를 소진한 빗방울이 전략을 바꾼 것이다
대지의 미세혈관으로 스며들기 위해 최대한 움추린다
작고 사소하게 엎드린다 길들이지 않은 성난
바람도 데려와 황소처럼 들이받게 했다

꼬박 밤낮을 지켜 보았으나
대지는 문을 잠근 채 서 있다
비는 오락가락 하였다
황소는 꽁무니를 뺐다 확실히
비의 모략이 틀어진 것이다

나는 이제껏 문전에서 서성이다
젖은 몸을 들어
똑 똑,  똑 똑 똑

나는 비다, 대지의 문을 두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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