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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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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김현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381회 작성일 2020-12-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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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대로

                                                                                               아청  김현경


궁시렁 궁시렁 어둠이 채가시지 않은 을씨년스런 골목길을 신발짝 질질 끌며 지나가던 그는

쉬지않고 혼자 떠들어댄다. 몇 단어는 들은 것도 같은데 들어도 알 수 없는 말들에게서

그의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내게로 전해져 온다. 고개를 반쯤 숙인 채 궁시렁 궁시렁...

어느 여름날 동해를 철썩거리던 파도도 그랬다. 궁시렁 처얼썩 궁시렁 처얼썩

외치고 흩어지는 그 소리에 파도높이가 얼마나 높았을 때 그 소리가 나오는 건지 혹은

파도위치가 어디서 스러지는 거든지 그런 형상은 파도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나

사람들은 파도의 그 소리보다 형상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연구하고 몰두하며

소리의 본질을 호도하고 흘리고 왜곡시켜 자신들만의 아집으로 파도소리를 가치화시키고

만족해 하며 즐긴다 했다. 파도의 소리는 바다 멀리서 담아온 아픈 외침이었고, 뒤에 밀려오는

파도에겐 위로였음을 그때는 몰랐다. 소리는 그냥 그대로 전해오고 밀려오고 흩어졌다.

어느새 골목엔 햇살이 퍼져 있었고, 궁시렁 궁시렁 답답함은 저편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햇살을 받아내고 있었다. 골목을 벗어난 내 귓가엔 그저 뜻 모를 궁시렁소리만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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