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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여백 동인지 2022년 제17호 <봄의 손짓>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소진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576회 작성일 2022-01-08 16:40

본문

연애

 

 

 

 

가만히 미소 짓고 말았지

잔뜩 부풀어 오른 시퍼런 꽃잎들 위로

휘청이는 마지막 별똥별쯤의 비애 섞인

 

밤은 그렇게 한 다발의 저녁 물안개를 몰고 돌아오고

꾹꾹 잉크펜을 눌러가며 써내려 가는 낯익은 오르간 소리

갱지 위에 못다 적으면 반음으로 내려앉아

울리고 마는 칸타타

 

푸른 십자가에 내 목숨 걸어놓고

누군가의 살결이 몹시 그리울 때면

내 기억들 송두리째 베아트리체 곁으로 걸어간다

 

아득히 두터운 가슴 벽을 차고 오르는 태동

나를 내리 누르는 검은 그림자의 무게만큼

숨을 헐떡거리며

, 살아있음이란!

 



  

 

 

 

일월 햇살에게

 

 

 

 

이제 그만,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손길이 닿을 듯 말 듯 칠흑 같은 어둠 건너

어머니 몸 중심엔 삐그덕 삐그덕 질끈 동여맨

철사줄 부딪히는 소리

밤새 귓가를 뒤척이는데

암흑 속에서만 살아 꿈틀대는 고통

차라리 내 온 몸이 차가운 금속성으로 부서졌으면

 

이제 그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차창가에 내리는 햇살마저 아픔으로 문드러져 더는

아플 곳이 없어

 

악착같이 쏟아지는 차멀미의 선잠 위로

들길에 세워둔 나무들처럼 선 채로 들판을 서성이는 햇발들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나의 볼처럼 너는 너무나도 곱고 이색적이구나

 

 

 

 

 

겨울우화

- 겨울비에 대한 단상

 

 

 

 

페르시아 궁전의 어디쯤

감은 눈을 더듬어

먼 곳에서 투명한 길이 되어 돌아오는

빗살무늬의 누이여

완성되지 않은 생을 문밖에 걸어두고

뚜벅뚜벅 일월의 빗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누이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다섯 남매 살포시 살을 포개어 잠이 들던

겨울밤이 비내음처럼 달겨든다

어둠을 지키는 개 짖는 소리 역력한 이 밤에

지붕을 토닥거리는 빗방울 소리처럼

어디선가 멀리 돌아가지 못할

추억들을 잠그는 시간의 풍금이 울린다

 

 

 

 


천은사

 

 

 

 


때로는 수다스러웠을 속세 생들의

발자국 소리에도 꿈쩍 않고

문턱을 지키는 잉어의

법구경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말끔히 가시지 않은 미련의 앙금들이

차마 초라해 보이겠지요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어

켜켜이 밀쳐낸 가시 같은 아픔들이

비탈길 자갈들 사이로

잠시 기억을 놓는 사이

떠올라지기도 하겠지요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동백열매들의 웃음소리에 놀라

등을 일으켜

마음을 추스르다 보면

또 모르지요

후두둑, 세월 떠밀리는 소리를 듣게 될는지도

어두운 방 한 가운데 극락이 들어있나요

수도승의 발길은

꼭 걸어 잠근 방문 속에 묻혀 있고

은행잎 속으로 어지러이 스러지는 번뇌를 쫓다

숨을 멈추면

천은사에

열반의 목탁소리 깊기만 하더이다

 

 

 

 

 

 

 

 

저녁 안개는 처마 밑에 매달려

시린 겨울을 휘감고 있다

저거이 사람구실을 할랑가,

소주잔에 차 오르는 아버지의 한숨이

목전에 쓸쓸히 울린다

어떻게……,

아버지가 눈치챈 절망의 자락은

등이 휘도록 몸 깊이 파고들어

머리맡에

솔잎처럼 비죽이 솟아오르는 푸른

실타래를 부여잡고

흔들어대면

머리 속에선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된 기억들이

송두리째 우우우 울어댈 뿐

창문에 기대선 채

떨고 있는 마른 포도나무 잎새들

푸르른 수액 위로

부풀어 오르는 물거품을 헤어 잡은

나는 기억상실증을 꿈꾸지

수북히 솟아오른 눈탑들이 서 있는

작은 마을에 성냥개비들처럼 늘어선

병든 기억들을 놓아두고

눈과 함께 나리는

 

 

 

 

 

산천에 내리는

 

 

 

 

가고 오는 해처럼 산천에 비 내린다

사람은 왜 절로 오질 않나요,

겨울의 문턱 위로 걸어들어 오는

여느 반가운 이 있어

벗은 몸의 겨울 손들은 축축이 젖어 내린다

슬픔으로 떨어지는 직선의 은실줄들이여!

물빛 애증들이여!

타다 남은 그림자만이 휘어 들어찬 세상으로,

고드름 되어 빼곡이 들어선

내 마음의 갈대밭 위로,

여린 몸짓을 가누어 투명한 비늘들이 떨어진다

아픈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비 내린다

 

 


 

 

겨울 햇살


 

 

 

 

숨을 놓은 지 오래인 할미의 손길 틈으로

겨울 햇살은 그렇게 스며든다

얼음광이 버티고 선 산 아래

뽀얀 입김을 불어 놓아두고

아이들은 한동안 소리를 굴리며

따사로운 한나절을 휘저을 것이다

풀잎들도 잠시 잠에서 깨어나

살아 있는 것들의

겨울 합창을 들을 것이다

햇살을 누비는 도둑고양이의 어슬렁거림처럼

방문을 열면

겨울 햇살은 그렇게 숨어든다

 

 

 

 

 

겨울 강가

 

 

 

 

가슴 속 깊이 강가에 울음이 일면

눈 덮인 갈대밭 길을 걷고 싶어진다

이루어지지 않은 전설들이

눈꽃으로 피어오르다 허물어지면

갈대는 하늘을 등지고

밤마다 울음을 운다

제 몸을 사르며 사그락거리던

아픔들을 거느리고

갈대는 진종일 바람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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