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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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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임한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77회 작성일 2022-05-11 09:13

본문

<바늘>

가물어 쩍쩍 마른 가슴 한복판에
요란한 시추공이 들어간다.

엄마는 말없이 등부터 어깨로,
다시 팔뚝에서 손목으로
연신 쓰다듬고 얼러서
칭칭 동아줄을 손끝에다 묶고
바늘을 찔렀다.

꽉막힌 가슴은
바늘이 아니라 대못으로 찔러도,
어머니!
체기가 내려가지 않아요.

툭,
피 한방울 나지 않는데도
피를 보고야말겠다며
옆구리를 찔러댈 때 마다

보지마라.
보면 더 아프다.

고개를 돌려도
머리기름 쓱쓱 바른 바늘끝은
십자가에 아래의 로마병정들에게로
절대 향하진 않고,

어머니!
저는 제7광구가 아니에요.
소독되지않은 채로
손끝과 팔백리 떨어진
상처에서 피는 커녕
기름 한방울 나지 않았다.

언제쯤 내 아픈 곳을 찾아
바늘도 시추공도
흥건한 바닥에 닿을 수 있을까.

피도 눈물도 없는
어머니의 오랜 노동은
손끝 결박된 동아줄을 풀고서
보람도 없이 철수한다.

한숨 돌리는 사이
다른쪽 손을 잡아당긴 집착은
다시 등부터 어깨, 팔뚝, 손목을 지나
손끝까지 툭툭,

끝끝내
내 진정 아픈 곳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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