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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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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이승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283회 작성일 2005-04-16 12:34

본문

사월의 바람

도서관에서
황지우의 시집을 대출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유폐된 꿈을
스스로 즐기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요절한 천재작가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연인이었던
밀레나 예젠스카를
생각한다.
나는 참 기괴하고
낯선 길에서
어지러운 망명의 길을 따라 돌던
러시아의 소설가
솔제니친의 안부도
걱정한다.
참으로 사는 것은
낯설고 기괴하다
낯선 표정을 보았을 때
생은 멀찍이
은폐한다.
그래서 나는 웬만한
일에는 경기 하지 않는다.
발치를 보면
타국을 많이 그리워하는지
구두가 많이 헤져 있다
모든 그리움이
실상은
현세에 나타나나
이루어진 것은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나는 말한 적이 있다
속으로 가소로운
세상을 비웃고자
천재를 준
신께
콧방귀만 끼고
다닌 아르튀르 랭보가
부러웠다
그의 아프리카
여정에서
그의 연인이었던
흑인 소년도
그의 천재를
흠모했을까
저주했을까
나는 구두 뒤축이
많이 닳아 있었어.
내가 과거를 적당히
연습한 폐인임을
알았다
문뜩
눈에 보이는 모든
포획 당한 활자며
관 엽이며, 초지며
집들 같은 것들이
붕붕거리며
내 눈 속으로
들어 왔다
그림자 같은 탄성으로
껍데기만 남기고
사월의 잔인한 바람 같이
사라져 갔다
밤새
나는 오늘 헤매고 다닐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


사월의 바람 같이 살다 가리라
추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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